LG그룹 여성 CEO 1호, 이정애 사장 차석용 부회장 체제 18년 만에 막 내려 화장품 부문 수익성 개선 최우선 과제 편중된 매출 구조 다변화, 글로벌 확장
지난 18년간 LG생활건강의 성장을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은 용퇴를 결정했다.
LG생활건강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음료(Refreshment)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을 승진시키고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LG그룹의 여성 CEO 1호이자, 재계 5대 그룹 중 유력 계열사 첫 여성 전문경영인 수장이다.
1963년생인 이 신임 사장은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LG생활건강에 입사했다. 그는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했으며 생활용품 사업부장,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음료 사업부장 등을 지냈다.
특히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등 생활용품시장 1등 지위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2015년 말부터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 LG생활건강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후는 '왕후의 궁중문화'라는 차별화된 감성 가치를 내세워 2016년 단일브랜드 기준 연 매출 1조원대에 진입했다. 2018년에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또 자연·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은 글로벌 고객 기반을 넓히며 차세대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이 신임 사장은 2019년 이후 음료 사업을 맡았다. 소비 트렌드에 발맞춘 제품 육성과 적극적인 마케팅, 유연한 채널 전략으로 성장세를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야외 활동이 제한되자 온라인과 배달음식 채널의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LG생활건강 측은 "디테일한 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여성으로서의 강점뿐만 아니라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라며 "주요 요직을 거쳐 LG생활건강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2005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18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차석용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차 부회장은 '최장수·최고령 대표'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2005년 1월 1일자로 LG생활건강 사장직에 오른 차 부회장은 2006년 당시 1조원이었던 LG생활건강의 매출액을 2019년 7조원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생활용품과 화장품 위주였던 포트폴리오를 음료 등으로 다변화하고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이른바 '차석용 매직'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배경이다.
LG생활건강이 글로벌 영토 확장 기반을 다지는 데도 차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인수합병(M&A)의 귀재'로 통하는 차 부회장은 성장 정체기를 대비한 외연 확장 작업에도 사활을 걸었다. 기존 중국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글로벌 명품 뷰티 회사로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해외 수출 새 활로로 북미 시장을 낙점한 LG생활건강은 최근 미국 MZ세대들 사이 가장 주목받는 화장품 브랜드 더크렘샵(The Crème Shop)을 품었다. 앞서 작년 8월에는 하이엔드 패션 헤어케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염모제 판매사인 '보인카' 지분 56.04%를 인수했다. 2020년 5월 독일 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사업권을 1923억원에 인수하며 더마 카테고리 내 글로벌 입지 강화에도 주력했다.
다만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은 오점으로 남았다. 본격적인 실적 개선 구간에 접어들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로운 수장으로 낙점된 이 신임 사장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 신임 사장은 화장품과 음료 부문의 안정적 이익 성장을 거듭하는 동시에 화장품 부문을 본궤도에 올려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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