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출신 대표이사, 사장 등 약진미래 먹거리 지휘자들 승진 두각여성 CEO 발탁도 두드러진 특징오너家 후계자들 경영승계 속도
LG그룹, 현대차그룹 등은 임원인사를 발표하면서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을 사장으로 발탁했다. 재무 라인 부각 외에도 인사 키워드는 '신사업(미래준비)·여성·후계자' 등으로 좁혀지는 모습이다.
주요 그룹들은 내년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부분 유임시키며 조직 안정화에 힘썼다. 대신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한 '재무통' 승진은 물론 신성장동력 산업군에서는 차기 리더 발탁 인사가 눈에 띈다. 과거와 확연히 다른 여성 임원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또한 오너가 3·4세들의 승진도 이어졌다. SK그룹과 한화, GS, LS, LX 등은 경영에 참가하고 있는 젊은 리더들은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으며 주력 계열사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미래 대비하자" CFO-신사업 임원 챙겼다=1일 발표된 SK그룹 인사를 보면 SK㈜에서는 이성형 CFO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신임 사장은 재무실 팀장과 SK 재무1실장,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 등을 거쳤다.
SK바이오팜은 SK에서 바이오 투자를 이끈 이동훈 바이오투자센터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사장은 SK바이오팜 미국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 대표도 맡는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김철중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부문장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했다. 김철중 신임 사장은 재무·기획 역량을 두루 갖춘 전략통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 경영관리팀장, 자금팀장, 경영전략팀장 등을 거쳤다.
SK네트웍스는 이호정 경영지원본부장을 CEO로 선임했다. 이 신임 대표는 SK핀크스 대표 및 SK네트웍스 전략기획실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SK㈜에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온 전략·투자 전문가다.
지난달 23일 인사를 발표한 LG화학은 사장 승진자 1명을 포함 총 21명의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사장으로 승진한 주인공은 차동석 CFO다. 회계·금융·세무·경영진단 등 재경 전문가인 그는 포트폴리오 재편 및 대내외 경영환경 리스크에 대한 위기대응 역량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의 '재무통' 정호영 사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성공한 것도 디스플레이 사업의 재무건전성 강화를 이끌 적임자로 그룹 경영진이 판단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이규복 신임 대표이사를 발탁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유럽 지역 판매법인장 및 미주 지역 생산법인 CFO를 경험한 재무전문가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정의선 회장의 신임이 두텁고 풍부한 재무 경험 등이 CEO 적임자로 평가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GS그룹은 지주사 GS의 재무팀장(CFO)인 이태형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태형 부사장은 그룹 내 사업 전반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신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신사업 강화 차원의 CEO 발탁도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김동명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총 29명의 임원 승진자 중 사장급은 김동명 부사장이 유일하다. 김 사장 승진자는 2014년 모바일전지 개발센터장,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배터리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LG CNS는 현신균 D&A(데이터분석&인공지능) 사업부장 부사장을 CEO로 발탁했다. 먹거리인 디지털전환 사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거센 여풍' 곳곳서 여성 CEO 탄생=연말 인사를 발표한 주요 기업들은 잇달아 첫 여성 CEO 탄생을 알렸다.
LG그룹에서는 두 명의 여성 CEO가 나왔다. 4대 그룹 상장사 중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전문경영인 CEO를 선임한 것은 LG가 처음이다.
LG생활건강은 차석용 부회장의 용퇴 후 후임으로 이정애 사장을 낙점했다. 이사장은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CEO 자리에 올랐다. 이 신임 사장은 LG생활건강 공채 출신으로 최초의 여성임원으로 활약했으며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게 평가됐다.
LG그룹 광고지주회사 지투알도 박애리 부사장을 CEO로 선임했다. 박 부사장은 2019년 말 전무로 승진한 뒤 3년 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
LG디스플레이는 전사 구매 프로세스 선진화를 이끈 박진남 구매그룹장 상무를 전무를 승진시켰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0월 인사를 통해 김혜연 프로와 정눈실 프로 등 2명의 여성 임원을 발탁했다. 김혜연 프로는 1981년생으로 한화솔루션의 첫 1980년대생 여성 임원이다.
유통업계에서도 여성임원이 대거 쏟아졌다. CJ그룹은 올리브영 신임 대표에 이선정 경영 리더를 낙점했다. 1977년생인 이 대표는 그룹 내 최연소·최초 여성 CEO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에서 김하리 브랜드 마케팅담당과 장수진 BTS잡화담당, 이마트 이경희 ESG 담당, 브랜드 본부의 김정민 BX 담당이 상무로 승진해 총 4명의 여성임원이 나왔다.
◇SK·한화·GS·LS·LX 후계자들 잇단 승진=연말 대기업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재계 3·4세 후계자들이 잇단 승진을 꼽을 수 있다.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격됐다.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호스피탈리티부문 미래전략실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재계에선 한화 삼형제의 승진은 빠른 경영 승계로 봤다.
SK그룹 후계자인 오너가 3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신임 사장은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의 장남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다. SK네트웍스 등기임원인 그는 전문경영인으로 승진한 이호정 신임 총괄 사장과 함께 경영진 투톱 라인을 형성하게 됐다.
GS그룹은 오너 4세들의 승진이 눈에 띈다. 이번엔 허태홍 GS퓨처스 대표와 허진홍 GS건설 투자개발사업그룹장이 각각 상무(신규 임원)로 승진했다. 허태홍 상무는 4남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의 둘째아들이고, 허진홍 상무는 3남 허진수 전 GS칼텍스 회장의 둘째아들이다.
'범LG가' LS그룹은 오너 3세인 구본규 LS전선 부사장과 구동휘 E1 전무가 각각 사장, 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구본규 사장은 LG전선 구자엽 회장의 장남이며, 구동휘 부사장은 무역협회를 이끌고 있는 구자열 전 LS 회장의 아들이다. 구동휘 부사장은 E1에서 LS일렉트릭으로 자리를 옮겼다.
LX그룹에선 구본준 회장의 아들 구형모 전무(경영기획부문장)가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구형모 부사장은 그룹 지주사인 LG홀딩스가 지분 100%를 출자한 신설회사 LX MDI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LX MDI는 그룹 내 경영개발원 역할을 담당한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사 후계자들의 잇단 승진은 오너 일가 30~40대들의 전진 배치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기업 문화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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