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 '해 넘긴다'···내년엔?

필수 신고국 美·EU·日·中, 아직 심사 중

영국, 사실상 승인 가닥···결과 빨라야 내년 1월

미국은 추가 심사, 독점 요소 없애면 통과할 듯

중국 걸림돌, 변수 없으면 상반기 중 마무리 기대

그래픽=박혜수 기자

'초대형 공룡 항공사' 탄생이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주요 해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내놓지 않으면서 연내 인수합병(M&A) 종료가 불가능하게 됐다.

14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이르면 내년 1월 26일, 늦어도 3월 23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CMA는 합병 이후 항공권 가격 인상과 서비스 하락이 예상된다며 독과점을 해소할 시정 조치안을 제출하라고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영국 현지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의 인천~런던 노선 신규 취항을 담안 시정안을 제출했다.

현재 영국 히스로 공항의 경우 대한항공은 주 10회, 아시아나항공은 주 7회의 슬롯(시간당 항공기 최대 이착륙 횟수)을 보유 중이다. 시정안에 따르면 합병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슬롯은 모두 버진애틀랜틱으로 넘어가게 된다.

CMA는 시장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CMA가 시정안을 수용했다고 판단하는 만큼, 기업결합 심사도 사실상 승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것은 2020년 11월이다. 산업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 실패 이후 더욱 극심한 경영난을 겪게 된 아시아나항공을 재매각하기로 했다. 산은은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칼로 자금을 투입하고,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인수대금을 다시 지원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이듬해 1월 필수 신고국을 대상으로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리스크로 심사 기간이 지연됐다. 당초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까지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우리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올해 2월이다. 공정위는 두 항공사가 보유한 국내외 중복 노선의 일부 슬롯 반납과 운수권 재분배를 조건으로 승인해줬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모든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또 단 한 곳의 경쟁당국이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한다면, 통합이 무산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튀르키예, 대만, 베트남, 태국 등 필수 신고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필리핀 등 임의 신고국 총 9개국의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영국을 포함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총 5개국이 아직 심사를 진행 중인 만큼, 연내 딜클로징(거래종결) 가능성은 '제로'(0)다.

미국 법무부는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추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말 미 법무부에 기업결합 심사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당시 미 법무부가 75일간 심사를 진행하기로 대한항공과 협의한 만큼, 지난달 중순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 당국은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 제한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영국이 두 항공사 통합을 사실상 승인키로 기조를 정한 만큼, 나머지 심사국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경쟁을 중시하는 미국 역시 영국 사례와 유사하게 독과점을 줄이도록 요구한 이후 기업결합을 허락할 것이란 얘기다. 아직 사전심사가 진행 중인 EU와 일본은 영국과 미국의 승인 조건을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따르는 중국은 강화된 반독점법에 의해 자의적 판단으로 심사 기한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 특히 정치적 요소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올 수 있어 타 경쟁당국이 내린 결론과 궤를 같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성사되기 위한 선결조건은 모든 필수국의 기업결합 승인"이라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인수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