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전 시장 전년 대비 7% 감소 전망불황에도 수요 굳건 프리미엄도 3% 하락재고 쌓이고 실적 급락···TV사업 '적자'신가전·고객경험 부서 신설해 고객 공략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내년 1분기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74로 집계됐다. BSI는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반도체를 포함한 IT·가전 수치는 68로 부진한 업종에 속했다.
◇"TV가 안 팔린다" 내년 출하량 2억대 미만=시장조사기관인 GfK는 올해 글로벌 가전 시장이 전년 대비 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그동안 불황에도 수요가 굳건했던 프리미엄 시장도 전년 대비 3%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TV 시장 전망 또한 어둡다. 전세계 TV 출하량은 내년에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것으로 예고됐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3.9% 감소한 2억200만대, 2023년에는 이보다 더 줄어든 1억9900만대로 예상된다.
수요 침체가 이어지며 재고도 쌓이고 있다.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의 DX부문의 3분기말 재고자산은 27조97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1% 증가했다. LG전자의 TV사업을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의 재고자산도 지난해말 1조7155억원에서 올해 3분기 2조1802억원으로 27% 늘어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침체도 이미 시작됐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 가전 사업부 영업이익은 67.1% 줄어든 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3조6000억원에서 올해 1조8000억원, 내년에는 1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HE사업본부는 2분기 189억원, 3분기에는 55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에도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연간 영업손실은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TV 수요 부진 속에 적극적인 재고 축소 노력으로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며 "LCD TV 가격 하락으로 OLED TV 판매 정체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출하량 11% 감소···내년도 '주춤'=스마트폰 시장의 불황도 지속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12억4000만대로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대비 2% 상승해 12억6000만대 규모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대비 소폭 상승한 점은 긍정적이나 2020년과 2021년 스마트폰 출하량이 13억대를 뛰어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매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역대 최고 수준인 43개월까지 길어졌으며 내년에도 40개월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피터 리차드슨 카운터포인트 부사장은 "인플레이션, 중국 봉쇄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외부 상황 속에서 시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중저가 부문은 타격이 불가피하고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부문은 견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도 부진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갤럭시S22의 10개월 누적 판매량은 2207만대로 갤럭시S21의 같은 기간 판매량 2242만대를 소폭 하회했다.
아이폰14 시리즈의 3개월 판매량도 4100만대로 아이폰13 시리즈의 동기간 판매량 대비 7% 저조했다. 단 이는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이 영향을 줬다.
내년 삼성전자 MX사업부의 실적에도 먹구름이 꼈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내년 MX사업부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10% 이상 하락해 10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신가전·폴더블폰으로 수요 공략=가전업계는 수요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방안으로 미래 먹거리가 될 신가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가전연구팀을 신설했다. 2017년 11월 출범 이후 삼성리서치 내에 생활가전 담당 조직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곳은 현재 삼성전자 내 선행개발팀과 달리 완전히 다른 미래 먹거리 가전에 대한 연구에 집중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조직개편을 통해 본사 직속으로 CX센터를 신설하고 고객경험 혁신에 나섰다. CX센터는 고객경험여정 전반에 이르는 총체적·선행적 고객경험 연구 강화, 전략 및 로드맵 제시, 전사 관점의 고객경험 혁신과 상품·서비스·사업모델 기획 등을 총괄한다.
'스마트홈'도 가전업계가 미래 잠재 고객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LG전자는 'LG 씽큐'를 통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1월 열리는 'CES 2023'에서 스마트홈을 전면에 내세울 전망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수요 증가를 대비하며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지켜나가는 수밖에 없다"며 "내년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중심으로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시장 침체 속에도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폴더블폰'이 희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폴더블폰 출하량은 608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감소되고 있어, 3분기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2%를 넘어섰다.
박진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올해 폴더블폰은 새로운 폼팩터와 함께 프리미엄 제품에 걸맞는 카메라 스펙 등을 갖추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구매여력이 떨어진 만큼 소비자가 얼마나 환영할 만한 좋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느냐가 관건이 됐다"며 "소비자들이 가정생활에서 겪는 불편한 점을 해결해주는, 지금까지 없던 가전기기를 발굴해 내놓는다면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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