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계약 마감 후에도 3월로 공개 연기···불안 더 키워추측성 계약률들만 난무···결국 70% 안팍 추정치 발표계약률 공개 의무 없어···피해는 입주자 몫 "공개 해야"문제는 규제해제로 '깜깜이 분양단지' 늘어날 가능성도
이달 3일부터 2주간이나 진행됐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정당계약이 17일 마감됐다. 정부가 둔촌주공 계약일 첫 날부터 대폭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발표했던 만큼 둔촌주공의 계약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당연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다른 청약단지를 노렸던 예비 당첨자들도 둔촌주공은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기고 계약할 지 말지에 대해 결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둔촌주공보다 조금 늦게 일반 분양을 진행했던 경기 광명시의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와 이날 정당계약을 마감한 '광명 호반 써밋' 등의 당첨자들이 그랬다. 안 그래도 전일에는 53 대 1을 넘는 청약 경쟁률로 주목받았던 수영구 남천동 '남천자이'의 정당 계약률마저 50%에도 못 미친 적이 있었던 만큼 청약 당첨자들 사이에서는 계약률이 중요한 지표로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둔촌주공 조합은 정당계약이 끝나더라도 계약률을 발표하지 않고 무순위 청약이 종료되는 시점인 오는 3월 이후에 공개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다. "민감하고 관심이 높은 현장이다 보니 부담스럽다"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일정 만을 기다린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계약률 공개가 의무는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완판'에 가까운 성적을 보이면 기다리기도 전에 먼저 공개를 하기 때문이다. 이후에 받을 예비당첨자와 무순위 청약자들 상대로 '깜깜이 분양'을 진행하겠다고 하니 아예 예상했던 계약률이 너무 낮게 나와서 조합 측에서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아예 50% 미만의 계약률이 나왔을 것"이라는 추측들만 무성하니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급작스레 입장을 틀었다. 이들 시공사업단은 "계약률은 고지의 의무가 없다"면서도 "그런데 막상 공개를 안 하니 추측성 계약률들만 나와 시장에 혼선을 준 것 같아 공개하기로 했다. 현 추세로 볼 때 정당 계약률은 7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발표했다.
둔촌주공의 계약률 공개 문제를 둘러싸고 분양시장 전체에 대한 '갑론을박'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단 현행법상 건설사들이 분양하는 민간아파트 단지에 계약률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건설사 요청이 있으면 지자체가 개별 단지 미분양 정보를 '비공개'로 처리된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정부가 분양 아파트 계약 현황을 '영업 비밀'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법인 등의 경영상·영업상 비밀로,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정보 비대칭성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계약률이 현재 분양시장을 판단하고 주택을 분양 받을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과 같이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미분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깜깜이 분양'으로 진행된다면 수분양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예비 입주자들의 몫으로 돌아갈 게 불 보듯 뻔하다.
실제 연초부터 둔촌주공과 비슷한 시기에 분양을 실시했던 '장위자이'에 대한 계약률 소식이 들려왔는데 이미 초기 계약률이 90%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그 때도 부동산 발표가 있은 직후였던 만큼 당시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이에 본지가 해당 건설사와 분양대행사 등에 문의해 보니 "사실과 다르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현재는 예비당첨자들을 포함한 계약률이 공개됐는데 90%가 아닌 59%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문의 시점은 정당계약에서 예비당첨자들을 받는 시기였는데 이 같은 소식을 섣불리 믿고 계약했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민간아파트 계약률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계약률 미공개에 따른 폐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달 3일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을 비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다. 비규제지역이 되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아닌 자체 사이트에서 무순위청약을 진행할 수 있어, 계약률이나 잔여 가구 수를 공개할 의무가 사라진다. 결국에는 앞으론 수요자들이 수억원 상당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분양상담사 등 아파트 분양 관계자들의 설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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