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서 수주 대박 터뜨렸지만 대규모 환평가손실이라크 기지재건 사업 지연 4분기 실적 '기대 이하'해외수주 모멘텀 약화에 직원 사망사건까지 '뒤숭숭'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AI는 지난해 매출액 2조7869억원, 영업이익 1416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8%, 143%씩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 수주액은 전년 대비 208% 급증한 8조7444억원으로 집계됐다.
KAI의 이 같은 호실적은 KF-21 개발과 수리온 4차 및 상륙기동헬기 양산 등 코로나 확산으로 위축됐던 기체부품 사업이 회복된 영향이 컸다. 주요 제품의 단가가 오르고 평균 환율이 높게 유지된 것도 KAI의 수익성 개선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특히 KAI는 지난해 하반기 폴란드와 FA-50의 수출 실행계약(48대)을 맺으면서 수주 실적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계약은 총 30억 달러 규모로, 지난 2011년 T-50 수출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성과다. 폴란드에서 잭팟을 터뜨린 KAI의 현재 수주잔고는 창사 이래 역대 최대치인 24조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침공받은 우크라이나에 기존 전투기들을 넘긴 폴란드는 FA-50를 통해 전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KAI는 FA-50 12대를 올해 말까지 인도한 뒤 나머지 36대는 2025년 하반기부터 순차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폴란드로부터 지급받은 계약금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점이다. KAI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231억원으로, 전분기(522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FA-50 폴란드 수출 계약 선수금의 환평가손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KAI의 4분기 영업이익도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소형 민수헬기(LCH) 관련 충당금(-97억원)과 이라크 기지 재건사업 차질(-152억원) 등으로 수익성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KA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75억원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했다"며 "기체부품 사업 부문이 회복세를 보이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지만 완제기 수출 부문은 이라크 기지 재건 사업이 현지 사정으로 지연되면서 다소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KAI는 현재 말레이시아 공군이 추진하는 경공격기 도입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KAI는 총 6곳이 경쟁한 이번 입찰에서 수주를 따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후로는 수주 모멘텀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진행 중인 말레이시아 수주계약이 체결되면 지난해 주가를 이끌었던 수출 수주 모멘텀은 당분간 소강상태가 될 것"이라며 "기체부품 매출 회복도 시장 기대보다는 더딘 편"이라고 언급했다.
실적 공시 전날 발생한 근로자의 사내 사망 사건도 KAI의 표정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3일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근로자 A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KAI는 15일 서울 공군호텔에서 '글로벌 KAI 2050 비전 및 2023년 경영 전망' 기자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유가족 위로를 이유로 잠정 연기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는 지난해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했지만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한 모습"이라며 "이라크 기지재건 사업이 지연되고 있고 도심항공교통(UAM) 독자모델 개발, 우주개발 사업 등 장기적인 미래 먹거리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도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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