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은 공공기관 해제 이후에도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사장 인사권은 금융위원장이 쥐고 있다.
지난 1999년 정부는 투명한 과정에 따라 전문성있는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취지로 공공기관장 공모제를 도입했다. 준공공기관 성격을 띠는 예탁결제원 역시 사장 선임은 공모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공모제가 무색할 정도로 "무늬만 공모"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예탁원의 수장 자리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전직 고위 금융 관료들이 한 몫 챙겨나오는 전리품에 불과한 수준이 됐고 실제로 낙하산 인사 논란도 정권교체 주기에 맞춰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예탁원은 지난 2013년부터 세 차례 연속 관료 출신 사장이 선임되면서 낙하산 인사가 사실상 관례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임기가 끝난 이명호 사장도 공모 과정을 거쳐 사장에 선임됐지만 이 전 사장 역시 행정고시 33회, 금융위 관료 출신이었다. 각각 20대, 21대 사장을 지낸 유재훈 전 사장(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병래 전 사장(현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도 모두 금융위 출신이었다.
이번 사장 선임도 기존의 낙하산 인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차이가 있다면 광화문보다 더 높은 용산에서 내려보내는 낙하산이라는 점이다.
예탁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사장 후보군을 도병원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 박철영 예탁결제원 전무, 이순호 금융연구원 실장 등 3명으로 좁힌 상태다. 임추위는 이날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 뒤, 오는 28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하지만 예탁원 안팎에서는 이번 인선 절차와 무관하게 이미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인 이순호 실장이 사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실장은 자질 논란에도 굴하지 않고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직을 그만 두기로 했다. 반드시 예탁원에서 감투를 쓰겠다는 핏발 선 의지다.
이렇게 예탁원 사장을 임명할 것이라면 앞으로는 허울뿐인 '공모제'를 없애고 차라리 '내정 공모제' 혹은 '임명제'로 바꾸고 임기 규정을 삭제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결국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는 인사라면 제도의 이름이나 규정이 어떻든 상관없지 않을까. "차라리 자질과 능력이라도 갖춘 낙하산을 보내달라"며 호소하는 예탁원 노조의 요구가 용산 앞에서 무기력하게만 느껴졌다.
뉴스웨이 안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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