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 뱅크' 도입 움직임에 은행권은 시큰둥 "소규모 은행이 변화 주도할 수 있을지 의문" "취약한 수익성이 업권 내 리스크 키울 수도"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챌린저 뱅크 도입 논의에 착수했다. 민간전문가와 금융사, 연구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외사례도 반영해 늦어도 6월말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챌린저 뱅크'는 영국에서 등장한 소규모 신생 특화은행을 뜻한다. 기존 대형은행의 지배적인 시장영향력에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영국의 아톰뱅크와 레볼루트, 브라질의 누방크와 네온방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은행은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등 특정 대상에게 저축·대출·보험·신용카드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테크 주도로 설립된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산업자본 중심의 인터넷전문은행과 차이가 있지만, 사업 구조·형태는 우리나라의 카카오뱅크 등과 비슷하다.
정부가 갑작스럽게 챌린저 뱅크 도입 카드를 꺼내든 것은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경쟁 체제가 서비스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소비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은행이 지나치게 많은 성과급을 지급해 도마에 오른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에 당국은 새로운 플레이어를 투입해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여·수신 등 은행 서비스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냉랭하다. 새롭게 등장하는 '꼬마은행'이 정부의 의도대로 과점 구도를 깨뜨릴 수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각종 리스크를 표면화함으로써 은행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업권 내 플랫폼 경쟁을 촉진시키며 '메기'라는 별칭을 얻은 인터넷은행조차도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산 규모나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기존 은행에 크게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경우 총여신 시장점유율은 1.7%(2022년 6월말 기준, 한국기업평가) 수준이며, 작년 9월말 기준 총자산(약 40조원)도 전체 시중은행 총자산의 1.26%에 불과하다.
챌린저 뱅크로서도 시장에 안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낯선 서비스로 소비자에게 인정을 받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데다, 라이선스 취득과 초기 마케팅,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출범 초기 자본 확충 문제로 난항을 빚은 케이뱅크의 사례처럼 투자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본궤도 진입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수익성도 미미하다. 고정 비용이 만만찮고, 특정 분야에 국한된 사업 모델로는 단기에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런 만큼 챌린저 뱅크의 지속가능성엔 늘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은행수와 이용자수 측면에서 챌린저 뱅크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익을 시현하는 은행은 소수에 그친다"며 "대규모 투자금의 유입은 계속되고 있으나,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익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정부가 챌린저 뱅크 도입에 대해선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리 인상 등으로 취약차주가 늘고 벤처투자마저 위축된 요즘 같은 시기에 섣불리 은행을 늘렸다가는 사회 전반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2011년의 저축은행 파산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챌린저 뱅크의 경우 기본적으로 자본이 부족하고 수익성도 좋지 않기 때문에 자리를 잡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소규모 은행이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내놓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챌린저 뱅크로 정책 목표를 실현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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