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승소 어렵고, 카겜 '표절회사' 꼬리표···'양패구상'

엔씨, 아키워 표절 의혹에 소송···배상금 규모 11억원

업계선 "패소 가능성 커, 보편성 논리 깨기 쉽지 않아"

카겜은 이번 이슈로 이미지 타격, 유저들도 비판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간 저작권 소송 공방이 '양패구상(양쪽이 다 패하고 상처 입음)'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간 저작권 소송 공방이 본격화한 가운데, 양측 갈등 양상은 '양패구상(양쪽이 다 패하고 상처 입음)'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소송을 건 엔씨는 판례상 패소할 가능성이 크고, 카카오게임즈 측은 승소하더라도 '표절회사'라는 꼬리표가 붙게 돼서다.

유저가 먼저 제기한 아키워 표절 의혹···결국 법정 싸움으로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아키에이지 워' 표절 여부를 두고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번 갈등은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가 엔씨소프트 '리니지2M'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유저들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이들은 '리니지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로 보기엔 정도가 과하다고 주장했다.

엔씨는 곧장 사태파악에 나섰다. 내·외부 전문가 검토를 통해 ▲클래스 ▲시스템 ▲UI ▲아이템 강화 등 많은 부분에서 저작권 침해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이케이지 운영사 카카오게임즈와 개발사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 경쟁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을 접수했다. 엔씨가 청구한 배상금 규모는 11억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이틀 뒤 공식 입장문을 통해 엔씨의 주장에 반박했다. 아키에이지 워에 대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주장은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카카오게임즈가 엔씨 주장에 승복하지 않으며, 양측의 법적 다툼은 본격화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전을 두고 어느 쪽 하나 승자가 없는 '양패구상'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관계자는 "양쪽 모두 이번 이슈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으로 점쳤다.

엔씨는 이번 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법원은 그동안 게임 저작권 침해 인정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고, 표절 여부를 인정한 판례도 드물다. 엔씨의 주장대로 '동종 장르에서 보편화 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엔, 비슷한 MMORPG가 너무 많다.

'리니지2M'과 '아키에이지 워'의 유사성. 사진=엔씨소프트 제공

드문 게임 표절 승소 판례···유저 비판 직면한 카카오게임즈

물론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2014년 영국의 게임 개발사 '킹닷컴'은 국내 아포카도엔터테인먼트의 '포레스트 매니아'가 자사 게임 '팜히어로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해 5년 만인 2019년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결론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더욱이 엔씨는 게임 매출에 비해 배상금도 적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소송으로 심각한 '이미지' 타격이 예상된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카카오게임즈를 두고 '표절회사'라고 비아냥대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표절 의혹을 인정하지 않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간 리니지라이크로 분류됐던 많은 타사 작품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리니지 아성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이번 소송전으로 경각심을 주고 싶었을 것"이라며 "다만 한국 MMORPG 시장에서 리니지와 같은 시스템 등은 이미 보편화된 특색을 갖춘 상황이라 엔씨의 승소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에 대해선 "아키에이지 워 개발자가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경 대표라는 점 등이 알려지면서 부인했음에도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은 어느 쪽 하나 승자가 없는 형국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