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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경영권 분쟁 후 더 단단해진 '철옹성'

IT 게임 지배구조 2023| 엔씨소프트①

경영권 분쟁 후 더 단단해진 '철옹성'

등록 2023.04.06 07:34

수정 2023.04.06 09:14

배태용

  기자

12% 지분율로 절대권력 행사···넷마블 구원등판 후 안정종합 콘텐츠사 전환 추진···성과 부진에 결국 철수 수순비게임 사업 정리···본업에만 집중, 'TL' 등 글로벌 공략

그래픽 = 홍연택 기자그래픽 = 홍연택 기자

'리니지'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엔씨소프트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게임회사로 거듭났다. 창업자 김택진 대표는 막강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지금도 적극적인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는 그간 비게임 사업을 추진하며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의 도약을 도모했는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실패를 맛 본 김 대표는 이제 비게임 사업을 정리하고, 게임 사업에만 집중해 글로벌 거대 게임사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김택진 대표, 12% 지분으로 절대적 영향력 행사

엔씨소프트 최대주주인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지분 12%로 엔씨소프트 지배구조 최정점에 올라 있다. 2대 주주는 지분 9.3%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ublic Investment Fund·PIF)다. 넷마블(8.88%), 국민연금공단 8.4%, 자기주식 7.5%가 뒤를 잇고, 나머지 54.0%는 기타주주로 구성돼 있다.

과거 김 대표의 지배력은 지금보다 더 강했다. 지난 2003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당시만 해도 김 대표의 보유 지분은 31% 수준에 달했다. 이후 지분 비율은 증자, 매도 등을 거치면서 조금씩 줄었는데, 가장 큰 변화가 온 것은 2012년이다. 당시 엔씨는 넥슨과 함께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 인수에 나섰는데, 김 대표는 협력을 위해 보유한 주식 14.68%를 넥슨에 넘겼다.

하지만 EA의 실적이 회복하고, 공식적으로 매각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인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협력을 약속했던 양사는 이후에도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했지만, 개발 방식 자체가 달라 갈등하기 시작했다. 넥슨은 2014년 10월, '투자 목적'으로 엔씨의 주식 8만 8806주를 추가 매수해 지배력을 강화하더니 3월, 돌연 '경영 참여'로 보유 목적을 바꿨다.

넥슨의 태세전환으로 양사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자, 김택진 대표는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동맹을 맺어 맞섰다. 엔씨는 넷마블 신주 9.8%를 3800억원에, 넷마블은 엔씨소프트 자사주 8.9%를 3900억원에 인수하면서 지분을 교환했다.

엔씨소프트 지분도. 그래픽 = 홍연택 기자엔씨소프트 지분도. 그래픽 = 홍연택 기자

지분 9.98%를 가지고 있는 김 대표로선 8.9%의 넷마블을 포함해 총 18.88%의 지분으로 넥슨에 맞서게 됐다. 결국 넥슨은 2015년 10월 시간 외 대량매매로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지분 2%를 추가 매수해 현재까지 총 12%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가 이끄는 엔씨는 다양한 종속회사를 거느리는 다른 게임사 지배구조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엔씨는 연결 대상 9개의 해외 법인과 5개의 국내 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해외 법인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김 대표의 아내 윤송이 사장(CSO)이 이끌고 있는 지주사 엔씨웨스트홀딩스(NC West Holdings)다. 이 회사 산하 엔씨인터랙티브(NC Interactive)는 북미와 유럽 지역의 게임 퍼블리싱을, 아레나넷(Arenanet)은 게임 개발, NCW NCP는 투자와 사업개발 등을 맡고 있다.

이외 캐나다 소재 디스 게임 스튜디오(THIS GAME STUDIO, INC.)는 각종 모바일 개발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소재 비주얼 스튜디오(NC Vietnam Visual Studio)는 3D 그래픽 리소스 제작을 맡고 있다. 이외 엔씨재팬 (NC Japan K.K), 엔씨타이완 (NC Taiwan Co., Ltd.), 엔씨유럽(NC Europe, Ltd.) 등은 모두 현지 퍼블리싱 담당이다.

국내 자회사는 5개로 △엔씨아이티에스 △엔씨소프트서비스 △엔씨다이노스 △엔씨리브소프트 △클렙으로 나뉜다. 엔씨아이티에스는 IT 전문기업으로 엔씨소프트와 계열사, 관계사의 IT 솔루션 개발과 관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엔씨소프트서비스는 자사 게임 서비스 고객센터를 운영한다. 엔씨다이노스는 경남 창원 연고의 프로야구단을 운영 중이며, 엔트리브소프트는 게임 개발을, 클렙은 연예 콘텐츠 제작을 맡고 있다.

'종합 콘텐츠' 기업 꿈꿨던 김택진···성과 부진에 전략 바꿔

엔씨는 그간 비게임 사업에는 다소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유일하게 드라이브를 건 비게임 사업은 K팝 팬덤 플랫폼으로, 게임사를 넘어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그러나 성적은 좋지 못했다. 팬덤 플랫폼 사업은 지속된 적자 탓에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엔씨는 2020년 자사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만들고, 이곳에서 선보일 콘텐츠를 기획 및 제작하는 자회사 '클렙'을 만들었다. 그러나 엔씨 자체적인 K팝 IP가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수익성을 잡지 못했고, 결국 올해 1월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디어유에 매각했다. 유니버스 매각으로 클렙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상황이다. 증권가 등에선 사업성 여부를 고려해 매각할 가능성을 있다고 보고 있지만, 엔씨는 현재까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 지분 투자 현황. 그래픽 = 홍연택 기자엔씨소프트 지분 투자 현황. 그래픽 = 홍연택 기자

엔씨는 각종 기업에 지분 투자도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하지만 이 역시 큰 성과를 내지 못해 하나둘씩 정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엔씨는 지난해 3개의 지분을 청산해 현재 8개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만 유지하고 있다. 청산된 기업은 웹툰회사 레진엔터테인먼트(10%),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6%), 게임사 크레이지다이아몬드 (30.05%)다.

아직 보유 중인 지분들도 영업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지분법상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이 때문에 언제 매각될지 모른다. 가장 큰 손실을 발생시키는 곳은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으로 지난해 57억원 가량의 손실을 안겼다. 이외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메리크리스마스도 영업손실을 지속하며 손실을 안기고 있다.

엔씨가 K팝 플랫폼 사업을 접고, 지분 투자를 줄이는 등의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엔씨의 성장 근간이 된 '게임' 사업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서다. 사업 인프라가 떨어져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사업은 과감히 접고, 신규 IP(지식재산권) 개발 등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엔씨는 올해 'TL'을 시작으로 'LLL', '프로젝트 M' 등 다양한 신작들을 준비 중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외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등 경험이 쌓이면서 결국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엔씨는 MMORPG에 대한 두각을 나타내왔는데 북미, 유럽 등은 해당 장르의 선호가 적은 만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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