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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군함' 전쟁이 불러온 대우조선 결합 지연...연 2조 시장의 내막

산업 중공업·방산 NW리포트

'군함' 전쟁이 불러온 대우조선 결합 지연...연 2조 시장의 내막

등록 2023.04.13 09:39

수정 2023.04.13 10:12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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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방산 경쟁 제한 우려에 M&A 승인 늦춰산은 "심사 지연 땐 조선·방산업 경쟁력 저하될 수도" 현대·HJ重 노조 "잠수함·함정 수직계열화 땐 슈퍼 갑"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작업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 지연에 막혀 늦어지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작업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 지연에 막혀 늦어지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작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지연에 막혀 늦어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말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경영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했으나 넉 달째 인수 작업은 답보 상태다.

공정위는 해군 무기를 만드는 한화와 군함을 건조하는 대우조선이 합치면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다며 결합 심사를 미루고 있다. 특히 양 사 합병으로 경쟁사가 불리해질 것을 우려하나, 연간 군함 시장이 2조원 안팎인 것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승인 지연에···산은 "기업결합 심사 속도내야"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은 유럽연합(EU) 등 지난달 해외 경쟁 당국의 모든 승인을 마쳤고, 현재 공정위의 승인만을 앞두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양사가 합병될 경우 HD현대중공업과 HJ(한진)중공업,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 등 타 군함 제작사들이 불리해질 것을 감안,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한화 측은 올 상반기 내 대우조선 인수 작업을 완료한 뒤, 내년까지 대형 군함 수주전에 나선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본·중국·EU 등 모든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에도 공정위의 승인이 늦어지자 대우조선 지분 55.7%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결합이 무산되면 국내 조선업 및 방산업 경쟁력 저하뿐만 아니라, 수만 명의 고용과 수백 개의 협력사를 포함한 지역사회 및 국가 경제에 부작용 초래가 우려된다"며 "해상 방산은 내수에 국한돼 수출이 전무하고, 시장 규모도 2조원에 불과해 해상 방산 성장을 위해서는 양사 간의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화는 군함용 무기와 설비를 만들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군함용 무기·설비에서 함선까지의 수직계열화 발생을 문제 삼고 있다.

공정위는 양 사 합병으로 한화가 무기를 경쟁 조선사에 비싸게 팔아 상대의 군함 수주 경쟁력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 안보의 핵심적 사업인 방산은 전체 조선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으나, 국가적인 중요도는 이익 측면에서 차지하는 퍼센트보다 크다. 특히 군함은 발주량이 낮은 대신, 각 부품마다의 가격이 비싸고 시장 개척이 활발하게 되지 않아 수출 측면에서도 약한 부분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대형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업체들은 몇 없기 때문에 한쪽으로만 쏠리면 경쟁이 안 된다"면서 "다른 업체들이 클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등 여부를 두루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HJ重 노조 "정부, 안전장치 마련해야" 반박

HD현대중공업과 HJ중공업 노동조합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선 분야 공정경쟁 방안 마련을 주장했다. 사진=HD현대중공업 노조 제공HD현대중공업과 HJ중공업 노동조합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선 분야 공정경쟁 방안 마련을 주장했다. 사진=HD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앞두고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과 HJ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추진 작업은 특수선 분야의 공정경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사 노조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특수선 분야 잠수함과 함정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바로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삼강이엔티) 4개 회사뿐"이라며 "한화그룹은 방산 분야 국내 1위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인데,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면 잠수함과 함정 분야를 수직계열화하면 슈퍼 갑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경쟁사에 대한 차별 금지와 이를 담보하기 위한 외부 통제 장치 마련을 전제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사업청은 한화와 대우조선 합병과 관련한 검토 결과를 지난 6일 공정위에 전달했다. 공정위가 조만간 합병 승인이 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 자체가 특수한 사업인데,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하면 완전히 독점적 얻게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나머지 사업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 측에서 독점을 막을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슈퍼사이클 진입한 K-조선···中, 패권 경쟁 사이 치고 올라온다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244만CGT) 중 중국은 95만CGT를, 한국은 80만CGT를 수주해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244만CGT) 중 중국은 95만CGT를, 한국은 80만CGT를 수주해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2조원 패권 경쟁' 사이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도 눈에 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244만CGT) 중 중국은 95만CGT를, 한국은 80만CGT를 수주해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통상 중국은 자국 저가 벌크선 등으로 물량을 확대하는데, 국내 조선 3사는 잇따른 수주로 2026년까지 일감이 꽉 찼기 때문에 고부가·친환경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를 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다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한국이 312만CGT를 수주, 중국(25만CGT)을 따돌려 중국의 1위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보통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등은 국내 조선업체들이 주도해왔던 시장이나, 현재 받아올 수 있는 생산 능력 이상으로 발주가 넘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잇따른 수주 성공으로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진입을 증명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 1분기(1~3월) 총 56척, 78억8000만 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157억4000만 달러)의 46.3%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연간 목표액(95억 달러)의 21%를, 대우조선해양도 연간 목표액(69억8000만 달러)의 11.5%를 달성했다. 이들은 모두 LNG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발주 선박과 비교했을 때 중국보다는 국내가 수주량은 떨어질 수 있지만, 퀄리티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조선소 캐파도 크고, 자국 내 선사도 많다는 장점이 있어 시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LNGC 선대가 점차 증가하며 향후 수주물량을 저가 계약에 뺏길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는 곧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가에 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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