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반도체 설계기업 ARM과 SoC 기술협력100조 투자, 미세공정 로드맵도 빠르게 확장"바뀌는 것 없어···기술개발 실패하면 해프닝일 뿐"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ARM과 18A(1.8나노, 1나노=10억 분의 1m)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SoC는 프로세서, 메모리, 주변 장치 등을 하나로 모은 기술집약적 반도체를 뜻한다. 인텔은 "향후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 항공우주산업 등으로 설계 확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디지털화로 컴퓨팅 성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팹리스 고객은 최첨단 모바일 기술을 중심으로 설계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력은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의 시장 기회를 확대하고 첨단 공정 기술을 갖춘 파운드리의 역량을 활용하고자 하는 팹리스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텔의 파운드리 능력은 걸음마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시장은 58.5%를 점유한 TSMC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삼성전자(15.8%), UMC(6.3%), 글로벌 파운드리(6.2%), SMIC(4.7%)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인텔은 1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지난해 인수한 타워 세미컨덕터가 1.2%를 점유하는 데 그쳤다.
ARM의 가세로 파운드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RM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 시장을 90% 장악하고 있어서다. 현재 퀄컴, 애플, 삼성전자 등의 주요 AP는 ARM 설계도를 기반으로 제작되며 파운드리를 통해 반도체 칩으로 만들어진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인텔과 ARM의 동맹에도 삼성전자의 위험 요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RM과 인텔이 기술 협력을 한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바뀌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RM의 비즈니스 모델은 라이선스 판매라 삼성전자와 TSMC와도 협약을 맺고 있다"며 "인텔이 다른 기업(TSMC, 삼성전자 등)과 비교해 밀리는 부분이 있다 보니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기술 협력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ARM과의 동맹 이외에도 파운드리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21년 IFS를 출범시켰고 유럽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몸집' 부풀리기에 나서고 있다. 작년 3월 유럽에 800억유로(약 110조원)를 투자하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파운드리를 '미래 먹거리'로 정한 인텔과 10%에 그친 파운드리 점유율을 2030년 20%까지 키우려는 유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파운드리 로드맵도 공격적이다. 현재 인텔은 파운드리 공정이 7나노 수준에 불과한데 내년 상반기 20A(2나노) 공정을, 하반기엔 18A(1.8나노)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2나노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계획한 삼성전자 로드맵보다 앞선 것이다. 인텔은 '나노'가 실제 반도체 회로 선폭과 일치하지 않고 기술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자체 로드맵에서 '나노'를 빼고 있다.
김양팽 연구원은 "인텔의 계획대로 1.8나노 도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대형 고객사들의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고객사 입장에선 첨단 공정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업체들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2025년에 2나노 도입을 밝혔는데 삼성의 계획은 성공하고 인텔은 실패하면 인텔의 설명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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