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벤처기업에 10조5000억 추가 투입···성장단계별 지원 방안 확보

정책금융기관도 2조1000억 펀드로 투자 조력

규제 개선으로 은행과 CVC 투자 활성화 유도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벤처기업 금융지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정부가 자금난에 직면한 혁신 벤처·스타트업을 위해 성장단계별로 총 10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또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3년간 2조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20일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창업 초기기업은 성장자금 조달, 중기 성장기업은 후속 투자유치, 후기 성장기업은 상장과 인수합병(M&A) 추진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로 세계 각국의 벤처투자는 위축된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벤처투자와 펀드 결성 모두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1분기 벤처투자액과 펀드 결성액도 전년 동기대비 각 60.3%, 78.6% 줄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기관을 앞세워 기업의 성장단계별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초기 성장단계(시드~시리즈A 투자유치) 기업을 대상으로 융자 1조2000억원, 펀드 2000억원, R&D 4조7000억원 등 총 6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이 총 1조2000억원의 보증을 추가로 공급하고 보증연계투자를 6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자회사를 설립해 스타트업에 컨설팅‧네트워킹 등을 제공하는 한편, 1000억원 펀드를 조성해 투자도 조력한다.

12대 국가전략 기술 관련 R&D에도 5년간 25조원을 공급한다. 핵심 기술만 보유하고 생산설비가 없는 스타트업을 위해 기보가 위탁제조 매칭 플랫폼 허브를 구축하고 생산자금 보증도 지속할 계획이다.

아울러 당국은 중기 성장단계(시리즈B~C 투자유치) 기업엔 융자 9000억원, 펀드 1조원 등 총 1조9000조원, 펀드 1조원 등 총 1조9000억원을 제공한다.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하는 기업을 위해서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기보·신보가 정책금융 3500억원을 확대 공급할 예정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세컨더리 펀드 조성 규모를 1조5000억원으로 기존보다 3배 늘려 만기도래 펀드에 재투자한다.

이와 함께 후기 성장단계(시리즈 C 이후 투자유치) 기업엔 펀드 3000억원, 융자 1000억원 등 4000억원을 공급하고 M&A를 조력한다.

그 일환으로 산업은행은 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진출 지원펀드를 신규 조성하고, 한국벤처투자는 해외 정책금융기관과 공동 출자하는 펀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소규모 M&A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 중소‧벤처기업 인수를 위한 특별대출 프로그램을 신속 제공한다.

동시에 당국은 M&A와 세컨더리 벤처펀드에 대한 40% 이상 신주 투자 의무를 폐지하고, M&A 벤처펀드에 대해선 20%로 제한된 상장사 투자규제도 완화한다.

정책금융기관도 3년간 2조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꾸린다. 기업은행은 첨단전략산업 등 벤처‧스타트업 투자목적 펀드에 3년간 2조원 이상 출자하고,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은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코넥스 상장 기업 등을 지원한다.

당국은 은행권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규제 방안도 마련했다. 은행 벤처펀드 출자 한도를 자기자본의 0.5%에서 1%로 2배 확대하고 법인의 민간 벤처모펀드 출자 세액을 공제하는 게 대표적이다. 덧붙여 CVC가 국내 창업기업의 해외 자회사(지분 50% 이상) 대상 투자를 국내기업과 동일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

기업의 인재 유치와 경영권 안정을 위해 벤처 지원제도도 보완한다.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전문자격증 보유자에서 학위 보유자와 경력자까지 넓히고, 비상장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주당 10주 한도의 제한적 복수의결권을 조속히 도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당국은 벤처투자 관리 감독 체계의 효율성도 높인다. 벤처펀드 결성 등록 시 사전 결성계획 승인 절차를 폐지하고 펀드 등록‧해산‧청산 업무 온라인화로 행정업무를 효율화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와 중기부가 정책협업을 통해 역량을 모아 의미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여러 차례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접한 만큼 속도감 있게 자금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벤처기업은 우리경제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라며 "앞으로도 자주 업계와 소통하며 필요한 지원과 제도개선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