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임시면허로 시장에 먼저 뛰어든 KB국민은행 '리브엠' 사례를 보며, 이런 걱정은 확신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고 3년여 만에 4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며 선보인 도매대가(원가) 이하 상품들(요금제), 그로 인한 수백억원대 영업손실을 보면 이들의 걱정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2일 은행 부수 업무로 '알뜰폰' 사업을 포함하면서, 다른 은행들도 마음만 먹으면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금융자본은 알뜰폰 생태계를 교란하는 '배스'가 될 것이라는 정부를 향한 호소도 먹히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알뜰폰 시장 진입이 국민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중소 이동통신·알뜰폰 사업자들의 외침과 달리 침체된 알뜰폰 시장에 활력을 더해줄 '메기'로서 역할 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제 '넥스트 스텝'도 준비해야 한다. 덤핑판매를 금지하거나 과당 경쟁을 방지하는 민관 공동 '시장운영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중소 이동통신·알뜰폰 사업자들의 도산을 방지하는 '상생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KMDA 역시 금융위의 이런 결단이 있던 날 성명문을 내 "공정한 경쟁을 위한 도매대가 이하 상품 판매 금지 및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며 "부디 금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특정 금융사 밀어주기 행태로 비치지 않도록 영세 알뜰폰사업자와 이동통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금융자본에만 국한돼서도 안 된다. 기존 이동통신사(MNO)들의 과당 경쟁 역시 사라져야 한다.
최근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자신들의 망을 쓰는 알뜰폰 고객 확보에 혈안이 됐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우후죽순 7개월간 통신비를 면제해 주는 프로모션을 도입, 가입자를 모집하는 배경엔 통신사들의 '보조금'이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가입자 수가 기존 통신사업자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몸집을 키우자, 더 많은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출혈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통신 3사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망을 빌려주고 도매대가(임대료)를 받는다.
물론 통신사 마케팅 비용으로 국민의 가계통신비가 줄어드는 효과는 긍정적이다. 다만 이는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일정 규모 가입자를 모으면, 통신사들의 지원금은 끊긴다. 그럼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금융권은 고객을 빼앗고자 더 많은 자체 보조금을 풀 것이고, 결국 중소 이동통신·알뜰폰 사업자들이 우려한 줄도산 사태는 현실화할 수 있다.
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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