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예대금리차 공시 시작으로사회공헌·성과보수 등 공시제도 적용 예정통계 함정·착시 효과·실효성 등 한계 뚜렷
은행 '이자 장사' 해법은 예대금리차 공시?···효과는 '글쎄'
예대금리차 공시는 매달 20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막겠다며 예대금리차 공시 등을 공약한 데 따른 조치로 지난해 8월 첫 시행된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 이후 실효성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지난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예금금리 경쟁이 일어났고 그 영향으로 대출금리 역시 빠르게 오르면서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져서다.
금융권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해명하기 바빴고 금융당국은 은행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했다. 당국이 은행의 금리 정책에까지 관여한다는 '관치 금융'의 꼬리표에도 금융당국은 수신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을 막고 과열된 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매달 예대금리차 공시를 통해 평균적인 금리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금리 정보를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정보비대칭성이 해소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대금리차 축소 효과에서는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차주별 대출 조건이 다르다는 점, 은행별 조달 비용 등의 차이로 금리 산정 체계가 다르다는 점 등 때문에 예대금리차 공시가 예대금리차 축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은행이 예대마진을 높여 수익성을 높이려고 한다고 접근하면 위험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은행의 '이자 장사' 비판 근거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서 "은행마다 취급하는 예금상품에 차이가 있고 대출 상품의 비중도 다르다는 면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간 공시가 이어지면서 금융소비자들도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차이를 단순 비교해서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참고치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줄 세우기 공시의 한계···통계함정‧진정성 훼손 우려도
금리인하 요구권 공시제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낮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을 질타하면서 결과를 공시하도록 만들었다. 이달부터는 카드사와 할부금융사, 저축은행, 농협·신협·수협 등이 고객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해 금리를 얼마나 내렸는지를 세부 공시하는 내용이 담긴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시행한다.
문제는 금리인하요구 신청이 많을수록 해당 지표가 악화는 통계의 함정이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신청 접근성을 개선한 금융사일수록 신청 건수가 많아져 오히려 나쁜 금융사가 돼 버리는 셈이다. 금융업계서 고객을 위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취지에도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직 시행 전인 사회공헌 공시제도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의 공적 역할을 공시제도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특히 사회공헌 진정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큰 규모로 사회공헌 예산을 책정한 뒤 이를 소진하는 데만 목적을 두는 경우 사회공헌 활동의 진정한 의미가 실현되기는 어렵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영업 개선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공시제로를 더 늘릴 것으로 보여 금융권에서는 피로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진행 중인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의 실무작업반은 점포 폐쇄 관련 경영공시를 연 1회에서 연 4회로 확대하고, 신설 또는 폐쇄되는 점포 수뿐만 아니라 폐쇄 일자, 폐쇄 사유와 대체 수단을 추가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지배구조법상 연차 보고서에 개별 임원 보수지급액도 포함해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도 준비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영업부분에서 공시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많이 하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필요시 대상을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공시 제도에 대한 피로감이 급격히 커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행된 공시제도를 보면 단순 수치를 통한 공시제도는 한계가 있다"면서 "영업상 공개가 어려운 점이나 은행별로 조건이 다른 점 등이 배제된 채 숫자로만 줄 세우기가 계속되면 은행권을 향한 오해는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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