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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군불 때고 있지만···4대 그룹 전경련 재가입 "시기상조"

산업 재계

군불 때고 있지만···4대 그룹 전경련 재가입 "시기상조"

등록 2023.05.11 15:43

수정 2023.05.11 15:48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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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4대 그룹 전경련 재가입, 명분 있어야"국민들 아직 좋게 안봐, 얻는 이익 분명해야 대기업 대표 부분도 부담, 규제완화 집중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방미 경제사절단을 이끌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으나 4대 그룹의 재가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전경련이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는 공감했으나, 탈퇴한 4대 그룹이 재가입하려면 좀 더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이 여전히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부담감이 높은 상태다.

전경련 위상 회복 공감···재가입 여부엔 '시기상조' 한 목소리
전경련은 지난 2월 김병준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선 뒤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태와 연루돼 주요 행사에서 '패싱' 당했던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전경련은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당시 한일 경제인이 한 데 모이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주관했으며 지난달 25일 미국상공회의소와 개최한 '한미 첨단산업 포럼'도 대한상의가 아닌 전경련이 주도했다.

지난해까지 대통령 해외 일정 이벤트는 전경련이 아닌 대한상의가 해왔으나 전경련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온 것이다.

전경련이 방일·방미 경제사절단을 이끌며 4대 그룹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전경련이 방일·방미 경제사절단을 이끌며 4대 그룹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방일·방미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전경련은 오는 25일 열리는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행사에 정의선 회장을 섭외해 눈길을 끌었다. 4대 그룹 탈퇴 후 전경련 개별 행사에 4대 그룹 총수가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전경련이 4대 그룹 총수와 접점을 넓히며 재계는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전경련이 '재계 맏형' 입지를 되찾으려면 결국 4대 그룹 재가입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국민 인식 변화 먼저···정치적 해석 여지 여전히 남아"
기업들은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을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경련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김 직무대행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로부터 지지 받는 전경련을 만들면 4대 그룹 뿐만 아니라 기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경련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이 이달 시작하는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도 중장기 발전방안 중 '국민 소통' 관련 첫 번째 프로젝트로 마련된 행사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전경련이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위상이 올라간 건 맞는 거 같다"면서 "단 아직까지 국민들의 전경련에 대한 인식이 회복될 만한 큰 계기가 있었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국민들의 전경련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 좋지 않은 만큼 재계 대표 단체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전경련 재가입은 명분이 중요하다"면서 "김 직무대행의 임기가 6개월인 상황에서 그 기간에 가입까지 이뤄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정치로부터 독립 중요···전경련 가입으로 얻는 이익 분명해야"
4대 그룹의 전경련 탈퇴가 정치적인 이유에서 이뤄진 만큼 정치권과 선을 긋는 부분도 기업들에겐 매우 중요하다. 전경련은 과거 정경유착의 결과를 잘 알고 있고 이를 확실히 끊겠다는 입장이나,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인 출신 인물이 전경련 수장 자리에 있는 점도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직무대행이 경제단체로 전경련의 입지를 강화하는 건 좋지만 그것이 정치논리로 비춰질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음 차기 회장 대에서는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전경련이 추진하는 미래기금도 국민들의 생각이 모두 다르다"면서 "아직 여러 활동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지난 2월 취임해 전경련 위상 회복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지난 2월 취임해 전경련 위상 회복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2016년 전경련에서 탈퇴하고 7년이 지난 지금 기업들이 전경련 가입 필요성을 크지 느끼지 않다는 점도 가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로 꼽혔다.

현재 전경련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회원조직을 갖고 있으며 경총은 노동현안에 대한 기업 측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 대한상의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전체를 아우르는 단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는 필요하나 지금 4대 그룹이 전경련에 미가입 상태여서 업무에 불편을 겪는 부분이 없다"면서 "전경련에 가입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어야 가입 명분도 생기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이어 "전경련에 가입한다면 내야 할 분담금도 부담이다. 금액이 클 경우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사회에서 이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대기업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 협업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긍정적으로 보느냐에 대한 문제점도 남아 있다"면서 "국민들은 대기업이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경련에서 입장을 잘 전달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과하면 부메랑이 돼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음으로서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정치와 가까워질수록 독이 된다는 것을 학습했고 전경련 가입의 메리트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경련은 앞으로 상징적인 단체로 산업정책에 대해 건의하고, 정부 규제 완화 등 역할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양한 경제단체간 힘의 권력이 분산되며 집중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통합 운영을 통해 동력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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