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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관치금융 불붙인 임종룡···출혈 경쟁에 업계 한숨만

금융 은행 상반기 결산 | 금융

관치금융 불붙인 임종룡···출혈 경쟁에 업계 한숨만

등록 2023.06.29 09:27

수정 2023.06.29 09:59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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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취임 후 정부 개입 본격화 우리금융 광폭 행보에 업계 '눈치'

금융지주회장 간담회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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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왼쪽부터)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금융지주회장 간담회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금융권에 2023년 상반기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불확실한 시장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룹 수장이 바뀌며 내부적으로 격변기를 겪었다. 여기에 대출금리 인하와 취약차주 지원 등 한층 무게감을 더한 정부의 압박에 쉴 틈 없이 머리를 굴려야 했다.

특히 어려운 시기 고통을 분담하라는 정부의 주문은 업권에 '상생금융'이란 명목의 또 다른 출혈 경쟁을 불러일으켰으며, 각종 리스크 속에 하반기를 맞는 금융 기업들에게 근심을 안겼다.

"관치금융 신호탄"···'친정부 인사' 임종룡의 등판

금융권이 짊어진 모든 과제는 주요 금융그룹 회장의 교체에서 출발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 삼아 CEO의 장기 집권에 제동을 걸자 각 기업 이사회도 새 인물을 내세워 응수했는데, 결국 현 정부의 관치금융을 표면화하는 계기가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그리고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올해 나란히 지휘봉을 잡은 이들은 연임이 유력시되던 전임자를 제치고 회장에 깜짝 발탁됐다. 이 중 일부는 정부와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파악되면서 취임 전부터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특히 우리금융에 대해서는 당국이 CEO의 잔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누차 내비친 만큼 신임 회장을 위해 '높은 곳'에서 힘을 썼다는 소문도 돌았다.

문제는 이들의 등판을 기점으로 정부의 개입이 본격화했다는 데 있다. 당국이 무언가를 요구할 때마다 우리금융이 앞장서 분위기를 만들고 다른 금융사까지 마지못해 움직이도록 하는 장면이 되풀이되면서다.

현재 금융당국과 가장 합을 잘 맞추는 곳은 우리금융이다. 대출 금리 인하 등 상생 금융 방안을 공개했을 당시 4대 금융그룹 중 제일 늦었음에도 연간 2050억원, 총 20조원이라는 가장 큰 규모의 숫자를 내밀면서 정부의 요구에 화답했다. 4월엔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금융사 중 가장 먼저 5300억원 규모 지원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금융그룹의 행보는 전 업권으로 확산됐다. 그 결과 현재 대부분의 금융그룹은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조력하는 상생 금융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며, 전세사기 피해 가구에 대출 금리를 감면·면제하는 등의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정부의 '정책 파트너'를 자처한 것은 회장이 바뀌었다는 특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업계는 해석한다. 당국의 지지를 얻어 그 자리를 차지한 만큼 신임 회장으로서는 정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설령 눈 밖에 났다간 그룹 전반에 당국의 손길이 미치는 것은 물론 CEO 자신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그 덕에 타 금융그룹이 정부에 우리금융의 눈치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은 불편한 대목으로 꼽힌다. 고통을 나누자는 취지에 십분 공감하더라도 정부의 시야에서 벗어나려는 출혈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금융사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 역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부동산 리스크에 청년 자산 형성도"···책임 떠넘기는 정부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특정한 사안이 발생했거나 정책적 목표가 포착됐을 땐 어김없이 금융사를 불러 모았고 책임을 떠넘기며 해결사 역할을 요구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주단 협약을 가동한 게 대표적이다. 당국은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부실에 대비한다는 취지로 상호금융을 포함한 모든 업권이 참여하도록 대주단 협약을 개정했다. 이에 금융권은 전국의 '부실' 또는 '부실우려' 사업장을 대상으로 ▲만기 연장 ▲채무조정 ▲신규 자금 지원 등을 검토하며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불만은 상당한 것으로 감지된다. 정부가 건설업과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융회사에 필요 이상의 지원을 강요하는 것처럼 비쳐서다.

작년 12월 말 기준 전국 PF 사업장 3600여 곳 중 '보통'이나 '악화 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은 약 500개로 추산되며, 부동산 PF 대출 잔액도 130조원(연체율 1.19%)에 이른다. 무작정 자금을 투입했다간 금융사로서는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

당국과 금융권은 최근엔 청년도약계좌를 놓고도 얼굴을 붉혔다. 정부가 청년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고 대통령 선거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은행에 막대한 부담을 지운 탓이다.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계좌 개설일 기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5년 만기의 정책형 금융상품이다. 이 기간에 매달 70만원을 부으면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 등을 더해 약 5000만원을 모으도록 설계됐다.

당초 시중은행은 청년도약계좌 기본금리를 3.5%로 설정하고 조건 달성 여부에 따라 우대금리를 부여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우대금리 요건을 간소화하고 기본금리를 1%p 높였다.

당연히 은행권은 냉랭하다. 예·적금 금리가 연 3~4%, 신용대출은 5%대까지 내려온 지금 6%대 금리의 상품을 판매하면 미래에 손실을 떠안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고금리가 5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계좌당 약 200만원의 적자를 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렇다 보니 은행권 일각에선 정부가 남의 돈으로 정책을 펴면서 생색을 내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금리 상승에 건전성 악화···"관리 집중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처럼 출혈 요구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금융사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33%로 2020년 6월 말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 연체율은 5.1%로 2017년 6월 말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카드사 연체율도 작년 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금융사의 건전성이 눈에 띄게 악화한 것은 대출 금리 상승에 기인한다. 금리가 크게 오르자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은행으로서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데 집중할 게 아니라 늘어난 이익을 바탕으로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경기회복이 늦어질 경우 부실이 이어질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은행엔 건전성 악화라는 상황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수익이 많이 늘어난 지금이 오히려 리스크를 축소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이를 인식하고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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