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뱅크런 위험도9년 만에 적자, 상위 10개 사 1곳만 성장"유동성비율 기준치 상회 등 감내 수준"
다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우려들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비우호적인 업황으로 인해 단기간에 수익성 회복은 힘들지만 과거 뼈아픈 경험을 통해 기초체력을 다져놓은 데다 체질 개선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부동산 PF 익스포저 높고 연체율도 상승
29일 한국은행이 이달 21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규모는 올해 1분기 말 약 205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상호금융조합이 약 173조7000억원, 저축은행이 32조1000억원 수준이었다.
총대출잔액에서 부동산·건설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4%였다. 업권별로 보면 저축은행이 28.4%로 가장 높고 상호금융조합이 24.9%였다. 이는 은행(13.2%)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확대된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부진해지면서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 전반의 건전성도 저하됐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3.6%로 전년 말 대비 1.7%p 상승했고 저축은행은 3.4%로 0.9%P 상승했다.
부동산PF에 대한 대출잔액도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PF 규모는 10조6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조7000억원 늘었고 새마을금고도 6조4000억원 늘어난 1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새마을금고는 0.1%에서 0.4%로 오름세를 보였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저축은행의 경우 2021년 말 1.2%에서 2022년 말 2.1%로 올랐다.
무엇보다 저축은행 업권이 자기자본 대비 PF 규모가 가장 크고 브릿지론 비중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가 분석한 바(업권별 표본회사의 PF 모집단을 대상)에 따르면 업권별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저축은행이었다.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중은 208%였고 캐피탈은 93%, 증권은 31%였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연구위원은 "특히 부실위험 및 기대손실률이 '본 PF'보다 높은 브릿지론 비중이 자기자본의 100%를 상회하고 있다"며 "자기자본 대비 브릿지론 비중은 증권사의 10배를 초과하며 캐피탈사와 비교해도 4배 이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은 증권, 캐피탈 업권과 달리 예수 부채 위주의 조달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PF 부실화시 자금조달 위험에 노출되거나 모든 손실 가능성을 즉시 자기자본으로 대응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나 규모 면에서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취약차주 대출 급증에 수익성 악화까지
취약차주 대출 규모가 늘어나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2019년 말 대비 2022년 말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규모를 살펴보면 저축은행은 32.5% 증가했다. 주로 20~30대 청년층(51.6%)의 증가 폭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3분기 이후 증가세를 지속해 올해 1분기 말 6.81%까지 올랐다.
자영업자 연체율도 심상치 않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속도가 가파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장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고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도 1.00%로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업권별로는 상호금융(2.22%), 보험(0.69%), 저축은행(5.17%), 카드사 등으로 지난해 말 대비 0.83%p, 0.36%p, 1.86%p, 0.6%P씩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은행권 연체율이 0.11%p 오른 0.38%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2금융권을 중심으로 건전성 악화가 더욱 부각된 모습이다.
지난 9년간 이어왔던 성장세도 꺾였다. 올해 1분기 79개 저축은행은 5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모아·KB)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가운데 전년 대비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OK저축은행이 유일하고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적자를 겨우 면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한 데가 대손충당금은 늘어난 탓이다.
이에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 PF 리스크, 수익성 저하, 연체율 상승 등을 이유로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연이어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업계 "PF 타 업권보다 규제 깐깐···기우"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장의 부동산 PF 부실 및 뱅크런 등의 우려들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타 업권에 비해 PF 관련 규제가 더 깐깐한 탓에 부실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실제 저축은행은 PF 사업자금의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차주에 대해서만 대출 취급을 허용하는 등 2011년 사태 이후 규제가 높은 편이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체질 개선도 이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저축은행 업권의 자기자본(BIS) 비율은 12.6%로 금융당국 권고기준 11%를 상회한다. 유동성비율 역시 241.4%로 법정기준(100%)를 크게 웃돈다.
실적의 경우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도 기자들과 만나 "저축은행은 2017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고 이를 대부분 사내 유보했기 때문에 적립된 이익잉여금으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던 바 있다.
연체율과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은 현재 연체율 수준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나 저축은행 사태 등의 시기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자본적정성, 수익성, 건전성 등을 감안할 때 시스템적 위기로 확대될 우려는 없고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PF대출에 대해서는 업계도, 감독당국도 좀 더 타이트하게 보는 편"이라며 "추후 캠코뿐만 아니라 민간에도 부실채권을 매각할 수 있는 방안이 본격화되면 연체율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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