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핵심 CJ올리브영, 증시 불안에 IPO 속도 조절지주사 비롯한 계열사 배당금 확대로 승계 재원 마련 자금줄 지목 타임와이즈, 지주사 매각으로 의혹 해소
실제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CJ올리브영의 최대 주주는 CJ주식회사로 지분 51.15%를 보유 중이다. 이어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추진실장(11.04%), 장녀 이경후 CJENM 부사장(4.21%) 순이다.
CJ올리브영이 상장으로 기업 가치가 커지게 되면 구주매출로 이선호 실장이 승계 실탄을 확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주사 CJ 지분을 매입하거나, 올리브영과 CJ 간 주식스왑을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CJ시스템즈 합병부터 승계 수단 활용된 올리브영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오래전부터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준비했다. 특히 CJ올리브영은 CJ시스템즈와 합병했을 당시부터 승계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란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CJ시스템즈 지분 중 15.9%를 장남에게 증여했다. 증여한 바로 다음 날이 CJ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의 합병기일이었고 이선호 경영리더는 두 회사가 합병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11.3%를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됐다.
이듬해 이 회장은 남아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남매에게 추가 증여했다. 2016년엔 CJ올리브네트웍스·CJ파워캐스트·재산커뮤니케이션즈 3사 합병을 진행했다. 이 실장이 주식을 갖고 있던 회사들이 합쳐지며 이 실장은 지분 15.84%로 개인 최대 주주에 올랐다.
합병 3년 만인 2019년,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올리브네트웍스(IT사업부문)와 CJ올리브영(올리브영부문)으로 인적 분할됐고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은 CJ 자사주와 1:0.54 비율로 교환됐다. 이 실장은 CJ올리브영 지분 17.97%로 지주사 CJ 지분 2.75%를 받았다.
이후 지난 2021년 CJ올리브영은 상장을 목표로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추진했다. 이때 이경후 부사장은 CJ올리브영 지분 2.65%를, 이선호 실장은 지분 6.88%를 처분해 각각 391억원, 1018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 부사장과 이 실장이 보유한 올리브영 지분의 남은 가치는 각각 780억원, 2000억원에 달한다. 프리IPO에서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1조8400억원을 인정받았는데, 상장 이후 남매는 보유 지분을 매각해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승계 활용도가 제한되며 CJ올리브영 IPO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이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지분 전량을 CJ CGV에 현물자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주 자회사→손자회사'로 바뀌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의 직접적인 지분 소유관계가 해소되면서 CJ올리브네트웍스의 배당 등으로 승계 자금을 마련할 길이 하나 사라졌다.
CJ그룹사, '승계 재원' 배당금 확대에 분주
지난해 하반기 IPO 시장이 얼어붙자 CJ올리브영은 상장 연기 결정을 내렸다. 이 가운데 CJ와 CJ제일제당이 배당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남매의 승계 자금 확보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당은 지주사인 CJ의 주 수익원 중 하나다. CJ는 CJ제일제당과 CJ ENM 지분을 각각 44.56%, 40.07% 보유하고 있어, 이들 회사가 배당금을 늘리면 최대주주인 CJ가 가장 막대한 배당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또다시 CJ가 배당을 늘릴 수 있게 된다.
CJ는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500원, 우선주 1주당 2550원을 배당했다. 2029년 전환 예정인 신형우선주(CJ4우)도 1주당 2500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2022년 대비 주당 200원씩 증액한 것이다.
CJ가 배당을 확대하면서 이경후 부사장과 이선호 실장은 CJ 배당 수익으로만 38억9436만원, 53억8298만원을 각각 손에 쥐게 됐다. 지난해 32억8586만원, 45억2990만원을 각각 배당금으로 수령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대폭 늘었다.
CJ제일제당도 배당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2018년 3000원에서 ▲2021년 5000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분기 배당을 도입했다. 이에 ▲1분기 1000원 ▲2분기 1000원 ▲3분기 1000원 ▲4분기 25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CJ올리브영은 총 배당금이 301억원에서 지난해 998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배당 성향도 강화된 것이다. CJ올리브영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56억원으로 전년(949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에 이 실장은 110억원, 이 부사장은 42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CJ ENM도 2018년 1200원에서 2021년 2100원으로 올렸다. 지난 2021년 이경후·선호 남매가 CJ ENM에서 수령한 배당금을 합치면 3억원이 넘는다. 다만 지난해는 CJ ENM이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남매 모두 배당금을 받지 못했다.
지주사에 매각···'승계 자금줄' 오명 벗은 타임와이즈
CJ그룹이 승계 자금줄로 활용할 것으로 예측되던 또 다른 곳이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이하 타임와이즈·현 CJ인베스트먼트)다.
타임와이즈는 지난 2000년 드림디스커버리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벤처캐피탈이다. 이후 2003년 CJ창업투자, 2014년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바꾸며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해 왔다.
타임와이즈의 모회사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선호 실장이 지분율 51%로 최대주주 자리에 있고 이경후 부사장, 이소혜 씨 등 4세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CJ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인 탓에 승계 작업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CJ 계열사들이 펀드에 본격적으로 출자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타임와이즈의 수익성이 증대되면 씨앤아이레저산업의 몸값도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씨앤아이레저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추후 배당을 통해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는 실탄 마련도 가능하다. 펀드 조성 시 계열사 펀드 출자, 외부자금 조달을 허용했기 때문에 계열사 자금으로 키운 벤처회사를 총수에 헐값에 팔아 경영권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지난해 CJ는 씨앤아이레저산업으로부터 타임와이즈를 인수하고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CJ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타임와이즈 매각으로 이 실장은 221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CJ 계열사의 부당 지원 논란도 해소하며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다. 투자금 확보에 승계 자금줄 오명 해소까지 '일거양득'을 누렸다는 평가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kmj@newsway.co.kr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wanchu110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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