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붕괴 사고에 업계, "결국 터질 게 터졌다"현장 핵심 된 현채직‧PTJ직···박탈감‧공기압박에 책임감↓도면 승인‧검사‧일정 관리까지 도맡아···그나마도 인력 부족
최근 붕괴사고 등으로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업계에서는 권한이 제한되는 계약직 위주로 현장을 채운 상태에서 공사 기간 단축을 지나치게 압박한 탓에 부실 위험이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수주액은 총 229조7000억원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2019년 148조9000억원에 비하면 약 54%가 늘었다.
이에 반해 건설사의 정규직 임직원 수는 2019년과 비교해 별다른 차이가 없다. 2019년 3만7132명이던 10대 건설사 정규직 임직원은 지난해 3만8062명으로 단 930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만 계약직을 포함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계약직을 포함하면 2019년 5만1855명에서 2022년 약 5만6000명으로 4000명이 넘게 늘었다. 비율로 따지면 비정규직은 28.39%에서 33.30%로 늘었다. 2번의 붕괴 사고를 겪은 HDC현대산업개발은 비정규직 비중이 43.57%로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다. 업계관계자는 "본사에서 채용하는 프로젝트계약직(PTJ직)은 본사 계약직으로 잡히지만 본사 임직원으로 잡히지 않는 현장 채용직(현채직)도 많다"고 했다.
실제로 공사 현장에선 정규직보단 PTJ직과 현채직을 쓰려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다. 프로젝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PTJ직의 임금은 본사 정규직에 비해 70~90% 수준에 불과하다. 현채직은 이보다도 대접이 좋지 않다.
업계에서는 계약직의 증가가 최근 몇 년 새 일어난 붕괴사고 등 부실 공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계약직의 경우 현장소장을 비롯한 본사의 지시를 거역하기 힘들다. 재계약에 대한 부담이 있는 데다 괜히 지시와 다르게 작업을 했다가 책임소재에 휘말리기 쉽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당한 지시나 절차누락이 있어도 반대의견을 내기가 어렵다.
공사 기간에 대한 압박이 큰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최근 건설업계는 늘어나는 원자재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사 기간 단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사 기간은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일어났을 때도 중요한 영업 요소가 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정규직이 부족한 탓에 현장에선 계약직인 현채직과 PTJ직이 도면 승인‧검사‧일정 관리까지 도맡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사 현장이 늘어나면서 1명의 담당자가 맡아야 할 일거리도 많아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기사 1명이 1개 동씩 담당했다면 최근엔 5~10개 동을 맡거나 전체 현장을 혼자서 담당하는 일도 늘었다"면서 "이 때문에 문서작업에 쫓기느라 제대로 현장을 관리‧감독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했다.
PTJ직과 현채직의 박탈감도 만만치 않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데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고 은연중에 일어나는 차별도 겪는다. 10대 건설사에서 PTJ직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중견건설업체 직원 S씨는 "기사들 사이에선 10대 건설사 PTJ직은 경험과 경력 삼아 거쳐 가는 임시통로 취급을 받는다"면서 "열심히 하다가도 정규직인 대학교 동기들에게 '그 돈 받고 그렇게까지 일하냐'는 타박받고 나면 의욕이 떨어지기 십상"이라고 했다.
노동계에선 근로 여건 개선과 대형건설사 편중 현상 해결을 위해서라도 계약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관계자는 "대형건설사가 공사를 싹쓸이하고 현장을 하청업체와 계약직 위주로 운영하는 행태가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계약직 문제와 불법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면 대형건설사가 능력 범위 안에서만 수주하게 돼 실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의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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