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진흥회 원유값 ℓ당 69~104원 인상 논의낙농가-유업체 의견 대립 두 차례 협상 불발원유값 인상 불가피···밀크플레이션 우려 커져
낙농가는 사료값과 인건비 급등으로 가급적 최대 인상폭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업체는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정부까지 직접 나서 인상 자제 권고를 해온 만큼 인상은 부담스럽단 입장이다.
양측은 오는 24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만큼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낙농가 "범위 내 최고가 올려야" vs 유업체 "인상폭 최소화"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전날을 협상 기한으로 두고 원유 가격 협상을 벌였으나 결정 시한을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시한은 지난달 30일이었다가 전날로 연장됐는데, 또 한 번 미뤄진 것이다.
올해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원유 가격 인상폭을 리터(ℓ)당 69~104원 범위에서 논의 중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ℓ당 원유 가격은 996원이었다. 당초 예상대로 협상이 마무리될 경우 원유 가격은 ℓ당 1065~1100원으로 올라 처음으로 1000원을 넘어서게 된다.
소위원회의 협상이 재차 연장된 것은 낙농가와 유업체간 이견으로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낙농가는 사료 가격이 인상된 만큼 원유 가격을 안올릴 수 없다며 협상 범위 내 최고 금액(104원)만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업체는 원가 부담과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최근 유업체들을 불러 유제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유업계는 7월게 원유 가격 인상률이 결정되면 그 다음달인 8월부터 이를 반영해 제품가를 인상해왔다. 오는 24일 소위원회가 원유 가격 인상폭을 결정하고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내달 1일부터 바로 인상폭이 적용된다.
다만 양측의 입장차가 커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가능성도 점쳐진다. 협상이 이달을 넘길 경우 인상폭을 언제부터 제품가에 소급 적용할 것인지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유값 1000원 대 진입 코앞···흰우유 가격 인상 불가피
원유 가격이 소위원회 협상 범위 내 가장 작은 폭인 ℓ당 69원만 올라도 원유 가격은 ℓ당 1000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 경우 유업체의 흰우유 소비자가격은 현재 2800원 수준에서 3000원 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오르자 각 유업체는 흰우유 가격을 10% 안팎으로 인상했다. 당시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흰우유 1ℓ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2800원 대로 올랐고, 매일유업의 900mℓ 흰우유 가격은 2610원에서 2860원으로 인상됐다.
이 때문에 원유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흰우유는 물론 이를 원료로 쓰는 치즈나 빵, 커피 등의 제품 가격도 줄줄이 치솟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업계도 소위원회의 원유 가격 협상을 지켜보며 인상폭에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그러며 원유 가격이 인상될 경우 흰우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유업체 측 설명이다. 원유 가격 인상으로 유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흰우유는 원유 비중이 높아 원유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올랐는데 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적자를 감내하고 팔야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가 나서 낙농가를 설득해 인상폭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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