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들은 국내 부동산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왔고 대형사도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부동산 투자에 적잖은 돈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난 후, 증권사의 성장 동력이자 효자 노릇을 했던 부동산은 지난해부터 증권사 부실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시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이었다.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휘청이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건설사들과 함께 연쇄 부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다행히 유동성을 일부 확보하면서 위기는 넘겼지만 올해까지도 부동산PF 시장 침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해외부동산 PF가 문제가 되면서 위기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자본시장의 형님격인 대형 증권사들 마저 부동산으로 흔들리자 시장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자본시장연구원의 '종투사 10년 평가 및 한국형IB의 발전전략'은 가히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혁신 중소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고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행시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도입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가 기존 기대와는 달리 부동산 PF만 강화됐기 때문이다.
2013년 종투사 제도를 발표한 후 10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국내 종투사들의 성과를 살펴보면 자기자본과 순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양적 성과는 거뒀다.
하지만 질적성과는 다소 미흡하다는 결론이다. 특히 종투사 기업여신 중 상당수가 SPC와 부동산 관련 자산으로 확인됐고, 혁신 벤처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규모는 매우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PF 채무보증이 위험 대비 기대수익이 높자 사업이 과도하게 치우친 것이다.
최근 대신증권과 교보증권도 종투사가 되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신사업 진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종투사를 획득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신증권은 종투사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 중구의 사옥 매각을 결정했다. 교보증권은 제 3자배정방식을 통해 2500억원을 확보해 자기자본 규모를 1조8679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양사 모두 빠른 시간 내 종투사 인가 획득을 하는 것이 목표다.
양사가 부동산에 특화된 증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종투사 진출은 부동산금융 등을 고려한 결정이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기존의 종투사들과 같은 길을 걸으며 수익성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10년 전,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는 기대와 달리 단순 수익성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새롭게 합류하는 증권사들도 기존 증권사들과 같은 성장 전략이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량 강화는 그림의 떡일 수 밖에 없다.
국내 자본시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여전히 수익창출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10년 간 방향을 잘못 잡고 걷고 있었다면 이제자로 제대로 된 길을 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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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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