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한남2구역 해임 위기서 한숨 돌리나

1일 대의원회에 해임안건 올라···더블스코어로 부결

90→118m 높이상향 '118프로젝트' 공회전변수 여전

지난해 11월 한남2구역의 시공사 선정 당시 합동홍보설명회에 참석한 대우건설 백정완 사장과 임직원. 사진=대우건설 제공

대우건설이 용산구 한남2재정비촉진구역(이하 한남2구역) 시공사 해임 위기에서 한숨을 돌릴 기류가 감지된다. 대의원회에서 재신임 안건을 총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해서다. 다만 다시 시공사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 불씨는 남아있다. 해임안 추진의 배경이 됐던 '118프로젝트'가 여전히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서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조합은 대의원회를 열고 대우건설 시공사 선정 재신임 총회 상정의 건을 비롯한 총 4개의 안건을 다뤘다. 그 결과 대우건설 시공사 선정 재신임 총회 상정을 포함해 ▲단기직원채용의 건 ▲2023년 임시총회 개최비용 승인의 건 ▲2023년 임시총회 개최의 건 등 모든 안건이 부결됐다.

한남2구역은 한남뉴타운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재개발사업이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272-3번지 일대에 지하 6층, 지상 14층, 30개동, 1537가구(일반 1299가구, 임대 238가구)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선다.

한남2구역은 9월1일 대의원회를 열고 대우건설 시공사 선정 재신임 총회상정 여부를 포함한 4개 안건을 모두 부결 처리했다. 사진=독자제공

표결 결과를 보면 총 88명에 달하는 대의원들은 찬성 28표, 반대 60표로 대우건설의 재신임 총회상정을 반대했다. 반대가 2배 이상 많아 표결결과에 대해 이견이나 논란의 여지도 적었다는 후문이다. 이외에 나머지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보다 반대가 약 20표 많았다.

업계에선 이번 결과에 대해 대우건설이 한시름을 놓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의원들이 시공사 지위 유지여부 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총회 개최까지 반대함으로써 확실히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돼서다.

대우건설은 조합원 민심을 다잡는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대의원회를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힘을 실어준 만큼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것.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완전히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대우건설 해임안 상정의 배경이 됐던 '118프로젝트'가 여전히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서다. 118프로젝트는 대우건설이 시공사 선정 당시 내세운 공약으로 최대 90m로 제한된 건축물의 높이를 118m까지 높이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업계관계자는 "대의원회에서는 부결됐지만 조합장 직권으로 총회 개최와 해임안 상정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대우건설과의 계약과 신임 여부를 명분으로 조합집행부를 교체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의원회와 대치하면서 해임을 추진하면 실익과 명분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용산구 한남뉴타운과 한남2구역 위치도.

한남2구역을 비롯한 한남뉴타운은 '한남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침'이라는 별도의 규정을 적용해 높이를 최대 90m로 제한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이를 변경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서울시는 아직까지 변경지침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한남뉴타운의 건폐율이 너무 높아 주거쾌적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규제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는"수도권 신축 아파트의 평균 건폐율은 20% 안팎인데 한남뉴타운의 건폐율은 이보다 1.5배~2배가량 높다"면서 "설계를 통해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한 단계 정도는 높이제한을 풀어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