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구속, SM 인수전 시세조종 의혹김범수 창업자로 수사 확대 가능성···"중대 결정, 오너 결단 필요"잇따른 논란에 여론 악화, 사업 차질 우려···카카오 임직원 한숨
골목상권을 고려하지 않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 일부 경영자의 도덕적해이에 사법리스크까지 현실화하면서 여론(기업 이미지)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수사의 칼끝이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도 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내부에선 '한순간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사법리스크 현실화, 칼 끝은 김범수로?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오후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재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이날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배재현 대표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강모 투자전략실장과 이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구속영장은 "혐의 내용은 중대하나,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배재현 대표 등이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자본시장법을 보면, 본인이나 특별관계자가 보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발행주식 등의 5% 이상이 될 경우 이를 5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해야 한다.
배재현 대표 등의 법률대리인은 특사경이 지난 13일 이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입장문을 내고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전날 구속이 결정된 후에는 "혐의 사실 관련해서 법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사경의 구속영장 신청 대상에서는 김범수 센터장이 제외됐다. 다만 업계에선 배재현 대표가 구속된 만큼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중대한 결정엔 오너의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수사가 김범수 센터장까지 확대되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특사경은 지난 8월 김범수 센터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사업 차질 우려도···임직원 "걱정스럽다"
이번 사태로 카카오 공동체의 주요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SM엔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간 협업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려는 계획은 당분간 미뤄질 수밖에 없다.
또 배재현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거나, 김범수 센터장까지 사법리스크가 번질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행 인터넷 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 은행의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임원 개인의 비위가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불법이 이뤄졌다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금고형을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나오고 지분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이번 사태로 야심 차게 준비하던 신용카드업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최악으로 치닫는 여론도 문제다. 카카오 주요 사업은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반이다.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포털 다음(DAUM)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간편결제시스템 카카오페이 ▲온라인 게임 등 국민들의 선택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데 카카오는 그동안 골목상권을 고려하지 않은 과감한 사업 확장으로 비판받았다. 양적 성장에만 치중한 탓인지 내부 재난대응 체계에는 큰 신경을 쓰지 못했고, 지난해 10월 초유의 '먹통 사태'를 야기하며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 또 잇따른 경영진의 도덕적해이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그동안 친근한 이미지와 높은 신뢰도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면서 "일련의 사건들로 기업 윤리와 투명성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져 매출 감소와 투자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 보니 내부 임직원 사이에서도 동요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임원은 "어제만 해도 설마 구속되겠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는데, 법원의 결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러다 정말 한순간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직원은 "회사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았다"면서 "아직 유죄 판결이 난 건 아니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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