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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갤럭시男-아이폰女··· '폰 갈라치기'의 현주소

IT 통신 NW리포트

갤럭시男-아이폰女··· '폰 갈라치기'의 현주소

등록 2023.10.30 07:43

수정 2023.10.30 07:49

김세현

  기자

최근 '폰 갈등' 심화···젠더·세대 반목에 '폰'까지생활필수품 된 폰, 소비자 정체성 표출 수단돼"합리적인 소비 교육 통해 이미지 투영 멈춰야"

"갤럭시 쓰는 20대 남성을 보면 마마보이 같아서 그냥 멀리하고 싶네요." (20대 여성 A씨)

"아이폰 쓰는 여성이요? 인스타그램에 감성·사치샷만 올리고, 허영심만 가득찬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30대 남성 B씨)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폰 갈등'의 현주소다. 주로 젊은층 중심으로 확산한 이번 사태로 ▲갤럭시남(男) ▲아이폰녀(女)와 같은 신조어까지 생겼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갈등, 군입대와 출산을 둔 젠더갈등에 더해 하다하다 스마트폰 기종을 두고 편 가르는 상황까지 왔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단순 전화기를 넘어 '자존감' 표출의 창구가 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할 가능성이 큰 만큼, 갈등의 빠른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폰 갈등, 왜 생겼나

두 스마트폰 사이 '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두 스마트폰 사이 '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

이번 폰 갈등은 두 스마트폰을 쓰는 충성고객의 충돌에서 비롯됐다. 수년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상대 제품의 기술과 서비스를 헐뜯거나, 특정 브랜드를 쓰는 이들을 비난하는 글들은 많았다. 애플 단말기를 쓰는 곱등이를 뜻하는 '앱등이' 삼성 제품을 오래 써 온 '삼엽충'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금세 휘발돼 큰 싸움으로 발전하진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지자체 유튜브 영상 하나가 이들의 갈등을 폭발시키는 트리거가 됐다. 지난 17일 충주시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한 여대생 A씨와의 인터뷰 영상이다. 시 관계자는 "갤럭시를 쓰면 좀 그러냐"고 물었는데, A씨는 "상관은 없는데 그 휴대전화로 저를 찍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한다.

뒤이어 갤럭시 쓰는 남자는 어떠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제 친구가 번호를 따였다고 하더라. 상대방 휴대폰을 들고 있는 걸 봤는데 갤럭시를 들고 있는 거다. 좀 당황했다더라"고 했다. 이에 시 관계자가 "번호를 딴 사람 폰이 갤럭시여서 연락은 안 했겠다"라고 되묻자, A씨는 "네"라고 힘줘 말했다.

이 영상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고,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를 두고 논쟁까지 벌어졌다. 일례로 한 이용자가 "갤럭시를 사용하는 여자는 개념녀, 허영심이 없는 소박한 사람이다. 갤럭시 쓰는 여자를 꼭 잡아야 한다"고 글을 남기자, 뒤이어 "아이폰 쓰는 여성들은 갤럭시 쓰는 남자를 만나주지도 않는다"며 동조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어떤 단말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성을 특정짓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자 한 이용자는 "(아이폰을 쓰는 건) 단순한 유행이 아닌 (그 사람의) 센스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 뒤로는 ▲"갤럭시를 사용하는 20대 남자는 마마보이 아니냐. 눈치가 안 보이나 싶다" ▲"20대 남성이 갤럭시를 사용하면 (유행에) 뒤떨어지는 사람처럼 보인다. 우리 아버지를 보는 느낌"이라는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이처럼 폰 갈등은 대체로 세대·남녀 충돌로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갤럭시가 남성, 특히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꼽히는 반면, 아이폰은 젊은 여성의 필수품이자 허영·사치의 상징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된 탓이다.

갈등의 끝은 언제나 좋지 않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사실 이런 갈등사(史)는 항상 존재해왔다. 문제는 이런 갈등의 끝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건 남·녀갈등이다. 지난해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대한민국 젠더 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1786명)의 66.6%가 '한국 사회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20대가 79.8%로 가장 높았고, 20대에서도 여성이 82.5%로 가장 크게 동의했다.

가장 큰 이유는 '차별'이다. 20대 남성의 절반 이상(53.6%)은 "이미 평등한 세상에서 군대는 왜 남자만 가느냐"며 반발했다. 그런데도 할당제, 적극적 고용 개선 조치 등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해 고안된 모든 정책 또한 남성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20대 여성의 70.1%는 "취업이 남성에게 유리하다"며 구조화된 성차별에 분노했다. 일과 자유를 구속한다면 결혼·출산·육아를 보이콧하겠다고도 했다.

남성은 경제활동을 하고 여성은 가사를 책임져 온 전통적인 남성 우위 문화, 그리고 6·25전쟁에 따른 남·북의 대치 상황에 따른 남성 징병제도 등 시대적인 변화에 맞춰 사회와 대중의 인식이 바뀌지 않은 여파라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그 결과 한남·한녀와 같은 한국남자·여자를 비하하는 신조어를 낳았고,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이 됐다. 또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수도권과 지방, 전라도와 경상도로 대표되는 지역갈등도 마찬가지다. 지역감정은 갈등으로 발생한 여러 차별 및 멸시가 극단적으로는 한 국가의 분열로 이르게 하는 상당히 위험한 문제로 꼽힌다. 그렇다 보니 2011년에는 이런 문제에 관해 고찰해 보자는 의미의 영화 '위험한 상견례'까지 개봉하게 된다. 이 영화는 전라도 청년과 경상도 여인이 결혼하기 위해 서로의 부모님에게 인정받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소비 교육 개선이 답될 수도
전문가들은 최근의 폰 갈등을 '자존감 싸움'으로 봤다. 또 앞선 사례들처럼 장기화하며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을 점쳤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갈등은 기능을 넘어 정체성을 둘러싼 하나의 자존감 싸움으로 볼 수 있다"면서 "단순히 브랜드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충돌하거나 무시하는 현상으로 이어지며,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집단 정체성까지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에서는 스마트폰이 생활화됨에 따라 소비자의 '아이덴티티'(자기 정체성)를 결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은 단순 통신 용도를 넘어 생활필수품이 돼 버린 지 오래라, 제품 별로 사용자의 성향이 담긴다는 인식이 굳어졌다"라며 "그에 따라 소비자 역시 제품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려는 성향도 짙어진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갈등 해결 방안으로 "합리적인 소비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소비자, 사용자들이 제품의 기능에 스스로 만족하면 그만인데, 본인과 다르다고 비난하는 등 지나치게 재화에 이미지를 투영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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