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차례 연속 동결로 마무리 할 듯···경기둔화 부담인하 논의 시기상조···가계부채 연착륙 상황 돼야 가능증권가에선 인하 시점 내년 하반기로 점쳐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결정 금통위를 개최한다. 올해 들어 한은은 1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여섯 차례 동결을 통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에서 유지 중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 역시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전망 경로와 가계부채 연착륙, 경기 침체 정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해서다.
한은이 '물가 안정'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는만큼 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인상의 명분이 부족하다.
한은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8%를 기록한 것을 두고 "유가가 추가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물가가 7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은이 당초 예상한 3% 내외에서 등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유가와 더불어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이 이어진다면 소비자물가가 지난 8월 전망 경로를 웃돌 수 있지만 한은은 근원물가 등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8월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각각 3.5%, 2.4%다.
수출 부진과 내수 부진 등 경기 둔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우려도 동결 결정을 지지하는 주장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할수록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 6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각 1.9%, 1.7%로 추정했고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10일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이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직전 전망치였던 2.4%에서 0.2%포인트 내린 수치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금리역전차가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추가 인상 압박도 덜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일 것이란 분석이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가계부채 연착륙에 대한 유의미한 평가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가계 빚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억제 노력에도 증가폭이 더 커진 가운데 올 연말까지 가계부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가계 빚)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7~9월 3개월간 증가한 가계 빚 규모는 14조3000억원으로, 2분기(8조2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이달 들어서는 1~16일까지 보름만에 이미 10월 한달 치 오름폭과 유사한 증가세(3조5462억원)를 보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번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정부가) 완화한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먼저 하고(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정부의 어떤 정책 도구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최후엔 한은이 나설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 셈이다.
은행과 증권가에서는 인하논의를 내년 하반기로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메리츠증권과 신영증권은 각각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 글로벌 경기 연착륙과 인플레이션 전망 경로 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가 실현되기는 어렵다"며 "미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 가능 시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씨티그룹 역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당초 전망한 내년 8월에서 10월로 연기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물가 둔화 속도가 더딘데다 내년 예정된 총선을 통화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봤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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