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퇴직연금 사업자에 매주 '경쟁 지양' 공문지난해 보험사 최대 6%, 증권사 8.5%···결국 '역마진'공정경쟁 위한 제도개선도 이뤄져···"업계도 당국 눈치"
금융당국이 지나친 금리 경쟁에 제동을 건 데다 실제 운용 수익률이 약정 금리에 못 미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나와서다. 올해 자금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벌어진 역대급 머니무브 현상에 대비 자본 이동 확률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업계 따르면 올해 12월 만기 예정인 퇴직연금 규모는 전체의 60~70%로 예상된다. 2018년 190조원, 2020년 255조원 규모이던 퇴직연금 시장은 올해 6월 말 약 350조원까지 커졌다. 이 가운데 보험업계 비중은 약 25%(87조원)이며 은행이 52%, 증권사가 2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금융업계는 올해 7월 디폴트옵션의 본격 도입으로 퇴직연금 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을 예상했다. 디폴트옵션(사전운용지정제)은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상품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해 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으로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을 쌓아만 두고 운용하지 않는 가입자가 많아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된 의무 제도이기도 하다. 즉 퇴직연금 시장이 커진 동시에 금융사가 운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도 커진 셈이다. 이에 은행과 보험업계에서는 고객을 지키기 위해, 증권사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 치열했다.
하지만 매년 벌어지는 연말 퇴직연금 유치 전쟁이 올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는 조 단위의 퇴직연금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증권사에서는 지난해 11월 기준 연 8.5% 보장 상품까지 나오는 등 과당 경쟁이 벌어졌다. 보험업계에서도 확정금리 평균 5%(손보 5.42%·생보 5.67%), 최고 6%대(손보 6.5%·생보 6.6%) 상품이 쏟아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는 이같은 과당 경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독 수위를 끌어올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거의 매주 퇴직연금 금리를 과하게 내건 상품을 지양하라는 취지의 공문이 내려온다"며 "지난해 금융사들이 과도한 금리를 내걸었음에도 실제 운용 수익률(1%~2%)이 그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에 따른 역마진과 건전성에 대한 우려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의 퇴직연금감독규정 일부개정 고시안 통과로 소위 '컨닝공시'가 금지된 것도 과경쟁 억제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선(先)공시한 금리보다 살짝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고객을 유치하던 비라이센스 사업체들의 행태를 막기 위함이다.
금융위는 지난 15일 퇴직연금에 제공되는 원리금보장상품의 공정경쟁 촉진을 위해 퇴직연금사업 라이센스가 없는 금융사도 원리금보장상품 금리 공시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사업자는 비사업자의 원리금보장상품까지 포함하여 가입자에게 제시하는 모든 원리금보장상품 금리를 공시해야 한다.
또한 변칙적인 원리금보장상품 제공을 막기 위해 수수료 수취·제공을 금지하고 파생결합사채에 대해서는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원리금보장상품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했다. 사모 파생결합사채의 경우 퇴직연금 상품으로 제공이 금지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 경쟁으로 역마진 우려가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감독이 철저해진 분위기 때문에 업계도 눈치껏 과도한 금리 책정은 지양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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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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