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장 5곳 중 3곳 정리하고 러시아공장도 매각韓·美엔 전기차 신공장···동남아 생산능력도 확대전문가 "동남아는 길게 봐야"···관건은 '원가경쟁력'
2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공장 매각을 결정했다. 러시아 공장의 장부상 자산 규모는 2873억원이지만 현지업체 아트파이낸스가 지불하는 금액은 1만루블(약 14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현대차는 2년 내에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도 현지 생산공장을 잇따라 정리하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8월 베이징거래소에 충칭공장을 매물로 내놨다. 2017년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의 충칭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판매 부진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베이징현대는 베이징 1~3 공장과 충칭공장, 창저우공장 등 총 5곳의 생산공장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중국 전기차업체(리 오토)에 넘겼고, 충칭공장도 정리하게 됐다. 특히 베이징현대는 창저우 공장도 매각해 2곳의 공장만 남길 방침이다. 생산공장이 줄면서 현지 판매 라인업도 기존 13개에서 8개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생산거점 확대로 전기차 점유율 12% 목표
현대차가 러시아 공장과 중국 공장을 정리한 건 극심한 판매 부진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때 현대차의 주력 시장이었지만 중국 브랜드에 자리를 내준 상태다. 러시아 시장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고, 중국 시장 점유율도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반면 핵심시장인 한국과 미국, 신흥시장인 동남아시아 지역에선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거점이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달 13일 울산공장에서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신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의 국내 신공장으로, 연간 생산 물량은 20만대에 달한다. 2026년 1분기부터 가동될 울산 신공장에서는 제네시스의 초대형 SUV 전기차(GV90 추정) 모델이 처음 생산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이 열렸다.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HMGMA는 이르면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HMGMA를 앞세워 2030년 미국에서 전기차 84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지난달 21일 싱가포르에서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준공식이 열렸다. 올해 초부터 가동을 시작해 아이오닉5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생산하고 있는 HMGICS는 연간 3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ICS에서 개발한 첨단 제조 플랫폼을 HMGMA와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등 글로벌 전기차 신공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인니·인도·베트남서 생산능력 지속 확대
중국과 러시아에서 생산거점을 줄인 현대차는 아세안 지역에서 전동화 관련 투자를 넓혀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4위 인구 국가이자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 및 채굴량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아세안 지역 전기차 시장을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해 3월 아세안 지역 최초의 완성차 생산거점을 인도네시아에 구축했다. 또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설립한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는 올해 하반기 시험생산을 거쳐 내년부터 배터리셀을 양산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현지 생산 및 판매 체계를 갖춘 유일한 완성차업체가 됐다. 또한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공장은 베트남 생산 합작법인(HTMV)과의 시너지도 넓혀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7년 베트남 탄콩그룹과 함께 설립한 CKD(반제품조립) 공장의 생산능력은 기존 6만대에서 지난해 10만대까지 늘어났다.
현대차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에서도 생산거점 확대로 미래 성장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총 55만2511대를 판매해 14.5%의 점유율로 판매 2위에 오른 브랜드다. 지난해 476만대의 신차가 판매된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라인 개선을 통해 인도 첸나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75만대에서 82만대로 늘렸다. 특히 지난 8월엔 GM의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해 인도 내 총 생산능력을 최대 10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통해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생산능력이 추가로 확보된 만큼 기존 첸나이 공장의 여유 능력을 신규 전기차 생산 라인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 "동남아, 중국 대체 어렵다···중동·중남미 함께 신경써야"
다만 전문가들은 동남아 시장이 중국 시장을 완전하게 대체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함께 공략하면서 중국에서 판매를 회복하기 위한 묘수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내연기관차 시절 품질이 조악했던 중국차들은 전동화 전환을 통해 품질과 상품성을 크게 끌어올렸다"며 "중국 소비자 입장에선 중국차와 품질이 비슷한데 가격은 더 비싸고 브랜드 가치는 일본‧유럽차보다 낮은 현대차를 선택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소비자들이 현대차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치‧외교적 문제 등을 고려하면 중국에서 단기간에 회복하긴 어렵다는 게 조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어 "전체 자동차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현대차가 퇴출된다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로서 대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단순히 시장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전동화 시대의 경쟁자로 생각하고 철저한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항구 자동차융합연구원 원장은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고려하면 그간 가격을 올리는 데 급급했던 현대차는 동남아 시장에서 갈 길이 멀다"며 "현지 시장에 맞는 저가형 전략차종들이 더 나와야 하고, 부품업체들과 함께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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