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교수 "'글로벌 진료지침선 CGM·일슐린 펌프' 권고" 치료·관리수가 부재, 요양비·렌탈제도 부재로 사용 떨어져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17일 서울 강남구 메드트로닉 본사에서 열린 미디어 교육 세션에서 자동 인슐린 주입 시스템(인슐린 펌프)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공췌장이란 건강한 췌장의 포도당 조절 기능을 유사하게 모방한 시스템이다. 연속으로 혈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자가 주사 투여 대신 지속적으로 인슐린을 자동으로 주입해주는 '인슐린 주입 펌프',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해 지속적인 통신이 이루어지게 하는 알고리즘으로 구성돼 있다. 실시간으로 지속적인 환자의 혈당 패턴을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저혈당으로 인한 위험 상황에 선제적 대처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지만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이것만으로 혈당 조절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 혈당 수치에 맞는 인슐린 처치까지 이뤄지는 자동 인슐린 주입 시스템이 당화혈색소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기기의 조합을 사용하는 환자들의 목표 범위 내 시간(Time In Range)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인공췌장 시스템을 활용한 경우에 TIR이 권고 수준인 70% 이상에 도달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은 기전에 따라 1형 당뇨, 2형 당뇨, 임신성 당뇨, 기타 당뇨 등으로 구분된다. 흔히 소아당뇨로 잘 알려진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질환이다. 먹는 약으로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2형 당뇨병과 달리, 1형 당뇨병은 인슐린 주입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제1형 당뇨병은 모든 당뇨 환자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세계 당뇨병 환자는 20~79세 인구 10명 중 1명꼴인 약 5억3700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내 1형 당뇨병 환자는 5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한당뇨병연합은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전체 당뇨병 환자는 약 469명에 달하고 이 중 1형 당뇨병 환자가 전체 1.0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뇨 환자는 섭취하는 음식, 일상활동, 건강상태, 호르몬 분비, 인슐린 주입시간 등 다양한 변수들이 혈당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자들이 수시로 혈당을 측정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 당뇨병학회(ADA)는 당뇨병 관리지침을 통해 1형과 2형 당뇨병을 가리지 않고 인슐린을 다회 투약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면 연속혈당측정기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환자들은 하루에 3회 이상 초속효성 인슐린 주사와 1번의 지속형 인슐린 주사를 직접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특히 소아환자들은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직접 배에 인슐린을 주사하는 게 어려울 수 있어 환자는 물론 부모의 부담도 큰 상황이다. 최근 충남 태안에서 1형 당뇨를 앓는 8세 딸과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인슐린 펌프의 등장으로 인슐린 치료 환경은 크게 개선됐다.
인슐린 펌프는 초속효성 인슐린 하나로 소량의 인슐린이 연속 주입되는 방식이다. 주사바늘을 꽂아 놓은 채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자동으로 인슐린이 주입되기 때문에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바늘을 찌르는 횟수도 줄일 수 있어 환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미국 헬스케어기업 메드트로닉이 지난 1983년 최초의 인슐린 펌프를 선보였고, 이어 2006년 '인슐린 펌프 및 연속혈당측정기 통합형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지난 10월은 최신 인공췌장 시스템인 '미니메드 780G' 시스템을 국내 출시했다. 자사 연속혈당측정기로 5분마다 포도당 수치를 측정해 펌프로 전송하면 이를 기반으로 인슐린 주입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현재 대한당뇨병학회의 최신 진료지침에서 1형 당뇨병 성인은 저혈당 위험과 당화혈색소를 모두 낮추기 위해 자동 인슐린 주입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 중이다. ADA의 가이드라인에도 '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청소년 및 성인 1형 당뇨병 환자, 다른 유형의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 환자에게 자동 인슐린 주입 시스템이 제공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슐린 펌프 치료율은 다른 국가 대비 현저하게 떨어진다는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치료·관리수가 부재, 요양비 및 렌탈제도 부재로 인슐린 펌프의 지속적 사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치료를 통해 목표 당화혈색소(6.5%)를 유지하고 있는 환자가 전체 26.8%에 불과하고, 절반은 ADA가 권고하는 적정 당화혈색소 수치(7.0%)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ADA를 비롯한 국내외 학회의 치료 가이드라인은 이미 '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1형 당뇨병 및 다른 형태의 인슐린 결핍 당뇨병 청소년/성인에게 당뇨병 관리를 위해 자동 인슐린 주입 시스템이 제공돼야 한다(should be offered)'고 강조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인슐린 펌프 치료율은 다른 국가 대비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슐린 펌프 치료에 대한 합리적인 행위수가 신설과 기존 요양비의 요양급여로의 전환, 요양비 지원 연령 확대 등 사회적/정책적 지원이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더욱 개선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유승록 메드트로닉코리아 대표이사는 이날 자리에서 "1형 당뇨 환자분들이 마주하는 일상적 어려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환자분들의 삶에 절대적인 인공췌장 시스템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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