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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장 흐름 못 읽는 펫보험 정책에···보험사들 "진료비 표준화가 먼저다"

금융 보험

시장 흐름 못 읽는 펫보험 정책에···보험사들 "진료비 표준화가 먼저다"

등록 2024.01.18 06:00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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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품 판매창구, 동물병원·펫숍으로 다양화반려동물특화 보험회사 진입 허용 지원 방안 담겨업계 "소비자 인식·진료항목 표준화 등 개선 먼저"

시장 흐름 못 읽는 펫보험 정책에···보험사들 "진료비 표준화가 먼저다" 기사의 사진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올해도 '반려동물보험(이하 펫보험) 활성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포함한 사안인 만큼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인데, 보험업계는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금융위가 발표한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는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해 '원스톱(One-stop)'으로 보험가입, 간편 보험청구 등이 가능토록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보험상품 판매 창구를 보험회사 제휴 동물병원, 펫숍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반려동물특화 보험회사 진입을 허용하는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펫보험 활성화는 윤석열 정부가 취임 초 국정 과제 중 하나로 꼽은 사안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방안'을 내놓으며 ▲동물병원 진료항목 표준화 ▲반려묘 등록 의무화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 ▲전문보험사 진입 허용 등 동물의료 관련 인프라 구축 계획을 포함했다.

보험업계는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 진료항목 표준화 등 인프라 구축 면에서는 우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이다. 펫보험 특화 보험사 출범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업계는 펫보험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반려동물은 모든 진료 항목이 비급여인 데다, 진료비도 동물병원마다 다르다. 보험상품은 통계에 기반해 설계되는데, 동물병원 진료수가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일본·영국·스웨덴 등 해외의 펫보험 가입률이 10%~40%에 달하는 것과 달리 펫보험에 대한 대중 인식도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1%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적정 손해사정을 위해 동물 진료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이다. 현재 동물진료비 공개 의무화 관련해 7건의 수의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나,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개정안은 보호자의 알 권리 등을 이유로 발의됐는데, 당국과 보험업계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펫보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가입 방법이나 청구를 간편화해도 소비자들은 일단 상품이 좋아야 가입을 한다"며 "정부의 방안은 좋지만, 관련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보험사들도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아직 제도개선이 되지 않고 있으니 소비자들에게 와닿는 상품을 만들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스톱 가입, 간편 보험료 청구 등은 수가 표준화나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선행돼야 활성화될 수 있다"며 "새로운 특약 등을 만들기 위해 활용할 통계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 보험사 출범도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펫보험 전문사는 펫보험만 취급하기 때문에 상품 다양성이 떨어지는 데다, 진료 항목 표준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을 설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대형보험사들이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는 있지만, 전문 보험사 출범은 이야기가 다르다.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팔릴 만한 좋은 상품을 설계해서 내놓아야 수익성이 보장된다"며 "게다가 아직 소비자들의 인식도 낮아 펫보험 전문 보험사 설립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부터 모든 동물병원에 주요 진료 항목 진료비 게시가 의무화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진료 세부내용이 명확하게 알려지고 이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 유의미한 통계가 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수의사 1인 이상의 모든 동물병원에 ▲진찰·상담(초진·재진·상담) ▲입원 ▲백신접종(5종) ▲검사(엑스선·전혈구) 등 총 11개 주요 진료 항목에 대한 진료비 게시를 의무화했다. 수술 같은 중대 진료의 예상 진료비는 보호자에게 구두로 미리 알려줘야 한다.

아직 관련 제도가 미흡한 상황이나, 업계는 펫보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인구는 늘고 있지만, 펫보험 가입률은 1%대에 그쳐 시장 확대 여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인구는 늘고 있지만, 펫보험 가입률은 낮아 펫보험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꼽힌다"며 "펫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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