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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경영시계 멈추나···'이재용 1심' 판결 촉각

산업 재계 기로에 선 삼성

경영시계 멈추나···'이재용 1심' 판결 촉각

등록 2024.02.02 09:28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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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선고 수일 앞으로 무죄 판결 시 경영 복귀 '청신호'···재계도 이목 집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후 영국과 프랑스 일정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후 영국과 프랑스 일정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회계부정·부당합병' 혐의를 둘러싼 법원의 1심 판결이 수일 앞으로 다가왔다. 재판부의 판단을 놓고 여러 관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재계에선 삼성그룹이 수년째 발목을 잡는 사법리스크를 털어낼지 시선을 모으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오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연다.

검찰은 2020년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이재용 회장을 기소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삼성 부회장 시절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2015년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관여했고 결과적으로 주주에게도 피해를 입혔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검찰과 이 회장 측은 약 3년 2개월간 100차례 넘게 재판을 이어가며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제출된 증거는 2만3000여 개에 이르며, 약 80명의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등의 기록도 남겼다.

결국 검찰은 작년 11월17일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삼성은 다시 '총수 부재'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경영 판단 vs 승계 작업···9년 전 삼성에 무슨 일이

사안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의 합병비율을 1대 0.35로 설정한 게 그 시작이었다.

이는 제일모직 주식 1주를 삼성물산 주식 3주와 교환한다는 의미다. 당시 삼성 측은 주가를 반영한 결정이이라는 논리를 폈다. 제일모직은 미래 사업으로 각광받던 바이오 부문에 집중 투자하며 가치를 끌어올리는 중이었고, 삼성물산은 수주·실적 부진과 안전사고 등 악재로 흔들리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들고 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를 확보해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는 반발했다. 삼성이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약사실을 늦게 공개하고 악재는 부각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재판 중 치열한 공방이 오간 것도 이 대목이다. 검찰은 삼성이 사전에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 작업을 실행했을 것으로 봤다. 또 합병 비율에 따라 4조원의 차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하며 이 회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적용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승계 목적이 아니었다는 뜻을 고수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그룹 사업 구조를 효율화하고 삼성물산을 안정시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실제 삼성은 합병 작업을 계기로 지배구조를 크게 개선했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의 형태를 띠던 순환출자 고리를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정리하면서다.

아울러 효율화된 의사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그릇된 판단은 아니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집행유예 시에도 사법리스크 해소까지 3~4년 소요···재계선 우려↑

이에 삼성과 재계 전반에선 1심 재판부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이 회장은 신속히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설령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더라도 삼성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볼 수 없다. 현행법상 3년 이하 징역에 대해선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해서다.

물론 재판부가 이 회장 측 손을 들어주더라도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항소할 경우 대법원 판결까지 3~4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일각에선 우려도 상당하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이 회장의 경영 활동에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 회장은 100여 차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불가피한 몇 번을 제외하고 대부분 법정에 출석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행보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 가운데 있다"면서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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