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 본격화···주총서 1%P 차이 표 대결 예고배당금 확대·제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 '쟁점'···반박·재반박 여론전최 회장 취임 이후 감지된 균열···계열분리·경영권 사수 '의견 차이'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최대 주주인 영풍과 정관 변경, 배당결의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이 내달 19일 열리는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표 대결을 예고하면서 경쟁적으로 지분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한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며 갈등 수위를 높여가는 분위기다.
배당금 '5000원 vs 1만원'···'75년' 공동경영 3대째 막 내리나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했다.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방식으로 두 가문이 3대째 공동경영이 이어오고 있다.
75년간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오던 두 가문의 갈등은 영풍이 1주당 결산 배당으로 '1만원'을 제안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지난 19일 고려아연은 결산 배당으로 주당 5000원(2023년 회계연도 기준)을 확정했다. 지난해 8월 중간배당 1만원을 합하면 연간배당금은 총 1만5000원으로, 이는 전년 2만원에 비해 5000원 감소한 것이다.
영풍은 21일 "이익잉여금이 약 7조3000억원으로 여력이 충분한 상태에서 배당금을 줄인다면 주주들의 실망이 크고 회사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돼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줄어든 배당금에 대한 반대 입장 발표했다.
그러자 고려아연도 "주주환원율이 5%도 안 되는 영풍이 주주권익을 명분으로 내세워 96% 수준의 과도한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76.3%로 2022년(50.9%)보다 늘었다. 주주 환원액도 2022년 3979억원에서 지난해 4027억원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총배당액은 ▲2018년 1944억원 ▲2019년 2474억원 ▲2020년 2651억원 ▲2021년 3535억원 ▲2022년 3973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영풍은 "업황 침체로 이익 규모가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배당률이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라며 재반박에 나서 여론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2022년 말부터 시작된 균열···'계열분리' 이해관계 상충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번 갈등의 원인은 배당금이지만, 74년간 유지돼 온 동업 관계에 균열이 생긴 발단은 이보다 복잡하다. 독립경영을 꿈꾸는 최 회장과 고려아연을 놓을 수 없는 장 고문의 이해관계가 상충한 결과다.
그동안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지만 지분은 영풍 장씨 일가가 더 많은 구조였다. 하지만 두 가문의 분열은 지난 2022년 말 '창업주 3세'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회장직에 오른 직후 계열 분리설이 돌면서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에 제3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린 것이 발단이다.
그러자 지분율이 희석될 것을 우려한 장씨 일가도 계열사를 총동원해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이며 맞불을 놨다.
최 회장의 공격적인 지분 확보 끝에 현재 양측의 지분 차이는 단 1%P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장씨 일가 지분은 32%이다. 여기에 맞서는 최 회장의 지분은 1.75%지만, 우호 지분을 합치면 33.2%에 달한다.
이번 표 대결에서 '제3자 유상증자 허용 여부'가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신주인수권 제3자 배정 대상으로 기존에 외국 합작법인에만 가능하게 한 정관을 변경·삭제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영풍 측은 "주주 권리 침해가 가능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는데 정관이 변경되면 전체 주주 이익에 반할 수 있다"며 "풍과 고려아연이 수십 년간 동업 경영을 해왔는데 정관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양 사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적인 지분 확대···배당금 축소에 담긴 속내
현재 두 일가의 지분 차이가 근소하기에 표 대결에 나설 경우 국민연금(8.5%)과 소액주주(26.3%)의 표심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린 영풍의 주주가치 제고 요구는 좋은 명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두 가문의 갈등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배당금 확대 역시 경영권 싸움의 연장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표면적으로 주주환원을 위한 배당 확대를 요구하지만 실상은 영풍의 만성 적자를 탈피하고 경영진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고려아연 측의 주장이다.
최근 5년간 영풍의 경영실적 추이를 보면 매년 조단위 매출액을 내면서도 영업이익은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300억원에서 2021년에는 728억원, 2022년에는 107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영업손실 합산 규모는 1371억원 적자다.
영풍이 본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은 없음에도 최근 5년간 영풍의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보다 높았다. 이는 매년 고려아연이 영풍에게 지급하는 대규모 배당금에 있다. 고려아연이 영풍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2018년 507억원을 시작으로 최근 5년간 배당금 누적액은 3576억원에 이른다.
본업에서 입은 손실을 고려아연의 배당금으로 만회하는 셈이다. 이렇게 흘러 들어간 돈이 지분 경쟁에 활용되자 최 회장으로서는 배당금 규모를 축소했다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다. 장씨 일가가 지난해 고려아연 지분 확보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2000억원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경쟁적인 지분 매입으로 불거진 불화설이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났다"며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에 소액주주를 모으기 위한 고려아연과 영풍의 여론전은 마지막까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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