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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롯데 동남아 전초기지 '타이탄' 매물로···'아시아 최고 화학기업' 꿈 멀어지나

산업 재계

롯데 동남아 전초기지 '타이탄' 매물로···'아시아 최고 화학기업' 꿈 멀어지나

등록 2024.03.07 17:39

수정 2024.03.07 18:56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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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말레이시아 현지법인' 매각설경기 불황, 中 저가 공세 등 유화업 위기에롯데그룹 먹여 살린 석유화학 부문 '휘청'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제공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생산기지 'LC 타이탄'이 매각 기로에 섰다. 경기 불황에 석유화학 시황이 악화된 가운데 중국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존재감을 상실한 게 주된 요인이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 최고 화학기업'이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원대한 목표도 요원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2년 연속 2000억대 적자 낸 '효자 회사' 결국 매물로

7일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LC 타이탄 매각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다양한 전략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변하며 시장의 소문을 일부 인정했다.

롯데케미칼이 지분 74.7%를 보유한 LC 타이탄은 말레이시아의 대형 석유화학 공장이다. 에틸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품목을 생산한다.

201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LC 타이탄은 매년 3000억~5000억원을 남기던 효자 기업이었으나, 2022년 29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도 254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년 연속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유화업계 전반에 들이닥친 위기와 무관치 않다. 석유화학 제품 시장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이 기초 화학소재 자급화에 성공하면서 수요처가 급감했고, 저가 제품도 우후죽순 늘면서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LC 타이탄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변모하는 산업계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한 채 전통 품목에만 집중했고 결국 모회사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 영업손실(3332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 곳도 LC 타이탄이다.

이에 롯데케미칼도 LC 타이탄을 처분함으로써 위기 대응 여력을 쌓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 1조5051억원을 들여 현지 기업으로부터 이를 사들인지 14년 만이다.

'자신의 심장' 석유화학부터 도려내는 신동빈 롯데 회장

롯데케미칼과 LC 타이탄의 부진은 그룹에 더 큰 위기감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재계는 평가한다. 신동빈 회장이 취임 이래 신성장 동력으로서 집중 육성한 석유화학 사업이 휘청이는 모양새여서다.

사실 석유화학은 신동빈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 신동주 SDJ 회장이 이른바 '형제의 난'을 일으켰을 때마다 '신동빈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한 게 바로 이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룹의 모태' 롯데제과가 연간 1200억원 수준의 영업익을 올린 2015년 당시 롯데케미칼은 1조6000억원으로 무려 10배를 웃도는 성과를 거두다보니 무게 추는 자연스럽게 신동빈 회장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석유화학을 이끌며 경영능력을 입증한 신동빈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적합하다는 논리에 힘이 실리면서다.

실제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을 그룹의 캐시카우로 만든 장본인이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상무로서 한국 롯데에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고 2004년 대표(당시 그룹 부회장)에 오른 뒤엔 해외 합작사업과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투자로 롯데케미칼을 명실상부 국내 3대 화학사로 끌어올렸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2000년대 들어 롯데대산유화(현대석유화학 2단지)와 KP케미칼을 인수한 뒤 호남석유화학과 이들 기업을 합병시킴으로써 지금의 골격을 만들었다. 매각설에 휩싸인 LC 타이탄 역시 신동빈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승진(2011년 2월)하기 불과 몇 개월 전 인수한 기업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2016년 삼성과 2조8000억원대 빅딜로 정밀화학(롯데정밀화학)과 BP화학(롯데이네오스화학) 그리고 SDI 케미칼 부문을 손에 넣으며 사업을 보강했다.

또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이 말레이시아에 BR(부타디엔 고무)공장 건설을 마친 2015년엔 준공식에 참석해 현장을 챙기며 사업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석유화학을 향한 신동빈 회장의 각별한 애정은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호남석유화학 출신 황각규 전 부회장 등이 요직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허수영·김교현 전 롯데케미칼 CEO도 잇따라 부회장 직함을 달았을 정도다. 이를 놓고 그룹 안팎에선 롯데케미칼 대표가 곧 그룹 부회장으로 가는 자리라는 얘기도 돌았다.

그런 만큼 재계에선 갑작스럽게 불거진 'LC 타이탄 매각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연초 부진한 사업에 과감히 칼을 대겠다고 선언한 신동빈 회장이 '자신의 심장'과도 같은 석유화학 부문을 타깃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일각에선 사업을 키우기 위해 이뤄진 공격적인 M&A가 이제와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유화업계 내 위기가 확산되는 만큼 모든 기업이 사업 고도화를 위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LC 타이탄과 관련해선 아직 어떤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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