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시스템 전면 손질···신상필벌 강화연말 정기인사 틀 벗어난 '수시 인사'정용진 주문한 성과보상제도 첫 적용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임원진의 수시 인사에는 새로운 핵심성과지표(KPI)가 적용된다. KPI는 성과 측정의 정성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정량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조직 또는 개인의 성과를 계량화한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2월 경영전략실 개편 당시 산하에 'KTF'(K태스크포스)와 'PTF'(P태스크포스) 등 두 개 전담팀을 신설해 새 KPI를 마련해왔다.
K태스크포스는 구성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신세계식' KPI 수립을 목표로 했고, PTF는 이를 토대로 기존의 인사 제도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임무를 맡았다.
정 회장은 세부 개편안을 수시로 보고받고 큰 틀의 방향을 주문하는 등 제도 개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가 직면한 실적 위기를 타개하려면 경영 전략에 앞서 체계적인 성과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적·성과를 불문하고 모두 혜택을 똑같이 나누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책임 경영은 물론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신세계는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주요 임원들을 교체해왔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 적극적인 인사를 통해 그룹에 긴장감을 부여하겠다는 조치로도 풀이된다.
그룹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CEO가 실적이 부진해도, 문제가 있어도 정기인사 때까지 기다려주는 관행이 있었는데 지금은 위기 상황이니만큼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며 "(실적 부진 등으로) 인사 수요가 있으면 바로바로 인사 조처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성과보상제도 세분화한다. 기본 틀은 등급제다. 현재는 각 계열사들의 성적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있고 이에 따라 직급별로 성과급을 받고 있다. 예로 이마트가 A등급을 받으면 개인 성과와 관계 없이 직급별로 똑같은 성과급을 받는 방식이다. 개인별 성과 차가 없어 굳이 다른 직원보다 더 열심히 일해 좋은 성과를 낼 이유도 없었던 셈이다.
임원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20%로 다른 그룹(평균 약 50%)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정 회장은 오랜 기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경영전략실 개편을 계기로 TF까지 만들어 이를 전면적으로 손질하려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 회장이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 개편 이후 두 번째 가진 전략회의에서 "철저하게 성과에 기반한 인사·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대대적인 인사시스템 개편을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에 마련된 새 인사 제도는 정 회장의 이런 인사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성과에 맞는 적합한 보상과 '신상필벌'을 두 축으로 한다.
그룹 안팎에서는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와 건설 경기 악화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신세계건설, 적자의 늪에 빠진 SSG닷컴·G마켓 등 이커머스 계열사가 새 인사제도의 1차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세계그룹 근간인 이마트는 쿠팡·알리익스프레스 등 이커머스의 거센 공세 속에 최근 실적 정체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세계건설 대규모 손실 여파로 1993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간 기준 영업손익이 적자 전환했다. 연간 매출 규모(약 29조4000억원)도 쿠팡(약 31조8000억원)에 추월당했다.
지난해 9월 '구원투수'로 투입된 한채양 대표가 본업 경쟁력 강화의 기치 아래 '가격 파격 선언'으로 유통업계의 최저가 경쟁에 참전하는 한편 한동안 중단된 출점 전략도 공식화했다. 이러한 전략의 성패는 분기 또는 연간 실적으로 구체화할 전망이다.
신세계건설은 유동성 위기 탈출 및 재무 정상화, 이커머스 계열사는 체질 개선을 통한 적자 구조 탈피와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 구축이 각각 경영 성과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제도 개편이 현실화하며 내부에서 체감하는 긴장감도 크다는 후문이다. 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그룹 창립 이래 수시 인사를 제도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어느 정도 시간을 줬는데도 실적 효과가 가시화하지 않으면 단명할 수 있다는 점을 공식 선언한 셈이라 주요 계열사 CEO들이 벌써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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