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위기 타개 위한 강한 리더십 필요"주력사업 강화 및 미래 먹거리 발굴 등 과제 산적정용진 체제로 그룹 장악력 강화···상징 조치 해석도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통의 축이 이커머스가 이끄는 온라인 시장으로 기울며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이마트는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번 퀀텀 점프하기 위해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회장 오른 정용진의 막중한 책무
정 회장의 신세계 시대가 본격 도래했지만 막중한 임무가 놓여 있다. 쿠팡이 이마트 매출을 앞지른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같은 중국계 이커머스의 공세도 거세다. 격변하는 유통시장 환경에서 뒤처진 그룹의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사상 첫 적자다.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이 주된 원인이지만 이마트 별도 이익만 따져도 1880억원으로 1년 새 30% 가까이 줄었다.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과 G마켓도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는 등 유통과 비유통이 모두 부진했다. 특히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900%를 넘어서며 그룹의 유동성마저 옥죄고 있다.
그 사이 유통공룡으로 커버린 쿠팡은 지난해 창립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다. 매출도 31조8000억원으로 30조원 고지를 넘어서며 이마트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대형 할인점의 대명사인 이마트 역시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등 신흥 플랫폼의 역공으로 매출이 줄면서 사상 처음으로 전체 매출(약 29조4천억원)에서 쿠팡(약 31조8천억원)에 추월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이커머스의 거센 공세에 국내 유통 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지난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 기준으로 쿠팡에 이어 2위에 올라서는 등 빠르게 한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을 되찾는 등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야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을 되찾는 등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신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런 위기를 타개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그룹의 중심을 잡아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해 정 회장에게 책무를 맡겼다는 것이 신세계그룹 측 설명이다.
그룹은 "정 회장 승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라며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신임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고 했다.
정용진 체제 개편 본격화···상징적 조치 해석도
정 회장의 승진으로 '정용진 체제'로의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란 점은 이미 작년부터 감지됐다.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사장단 인사에 이어 단행된 경영전략실 인사를 직접 챙기며 강력한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 경영전략실은 정 회장의 경영 활동을 보좌하는 참모 조직으로 사실상 신세계그룹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정 회장은 인사 후 첫 회의에서 "조직, 시스템, 업무처리 방식까지 다 바꿔라"라고 주문하며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한 바 있어 향후 그룹 회장으로서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업계는 신세계그룹 내 구조조정과 경영 효율화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마트는 2019년 창사 이래 사상 첫 분기 적자를 맞아 당시 이갑수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의 조기 퇴진에 나선 바 있다. 매각과 자산 유동화 등 구조조정 작업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마트가 연간 첫 적자를 낸 만큼 더욱 강한 쇄신이 예상된다는 시각이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면서 "2024년에는 경영 의사 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의 직위가 회장으로 바뀐 것 외에는 큰 틀에서 그룹 체제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 인사가 상징적인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정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회장을 그룹 총괄회장으로 이동시키면서 백화점 부문을 이끄는 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의 지위에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지난 2006년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래 이미 모친을 대신해 그룹의 얼굴로 경영 보폭을 넓혀온 만큼 그에 걸맞은 직위를 부여한 것이란 분석이다.
지분 구조 변동이 없다. 신세계그룹 지분구조를 보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하고 있고, 이명희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0%씩 보유하고 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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