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양'선 공고 실수···'상계주공5'는 사업연기에도 '속수무책'대형건설보다 같거나 낮은 신용등급에 사업비 조달···신탁은 관리위주자금‧계획‧관리 통해 사업비 절감한다는데···실 효과는 기대 글쎄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탁방식을 선택한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총 36건으로 파악됐다. 대행수수료 규모로는 약 2300억원으로 2016년 제도도입 후 최대 실적이다. 자금력과 전문성을 내걸며 초기단계인 사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펼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현장서 연이은 실수···전문성 신뢰 금가나
다만 시장의 양적팽창과 별개로 각 현장에선 다양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전문성을 내세운 것이 무색하게 미숙한 대처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사업지연 현장의 신탁업체가 업계에서 선두그룹으로 분류되는 업체들이라는 점도 실망감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여의도 한양에선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정비구역 변경과정을 제대로 확인 못 해 시공사 선정이 연기되는 일이 발생했다. 정비구역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공고를 올렸다가 시정조치가 내려졌다. 다시 공고를 올린 후엔 시공사 입찰 자격제한을 두고 공고 취소 후 재공고하는 일도 있었다.
상계주공5단지는 5억~6억원대의 추정분담금이 예상되자 GS건설과의 시공사 선정계약을 취소했다. 시행을 맡은 한국자산신탁은 몇 차례 설명회를 열었지만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업계관계자들은 분담금이 높은 것은 시공사보단 타단지에 둘러싸인 소형평형 단지라는 특성과 재건축 후 주택구성 탓이 크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업비 절감 효과 실체도 불분명···옥상옥 지적도
업계에선 신탁사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자금력과 계획‧시공단계에서의 사업비절감도 큰 효과가 없다고 평가한다. 자금조달은 시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계획‧시공에 관해서도 감리나 CM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우선 국내 신탁사 대부분은 전체 사업비를 직접 조달할 능력이 안 된다. 도시정비사업에는 적게는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사업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신용공여를 통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을 일으켜야 하는데, 국내 신탁사 대부분은 도시정비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대형건설사들보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같다. 그러다보니 신탁방식 또한 조합방식과 마찬가지로 시공사에게 자금조달을 의존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신탁방식으로 진행 중인 상당수 현장은 시공사를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입찰보증금을 받으면 이를 사업대여비로 전환해 초기 자금을 집행하고, 시공사의 연대보증과 책임준공보증을 통해 사업비를 빌린다. 신탁사는 중간에서 자금관리를 맡는다.
그나마 초기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는 부분이 긍정적이지만 이것도 재개발과 재건축 간 온도차가 있다. 재개발은 알박기나 종교시설 등 토지수용과정에서 초기자금이 필요하다. 서울 내 첫 신탁사업인 흑석11구역은 신탁사의 지원을 통해 종교시설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반면 이해관계가 단순한 재건축사업에선 안전진단비용 등을 제외하면 초기에 자금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정비계획수립과 설계과정에서도 신탁사가 큰 힘을 발휘하긴 힘들다. 이전까진 정비구역 지정과 정비계획 수립에 관여자체를 못했다. 올해 1월부터 신탁사 선정시기가 앞당겨졌지만 업계에선 심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가 틀어쥐고 있어 신탁사가 큰 힘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본다. 인허가 통과를 위한 설계 후 건설사의 대안설계를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설계절차에서도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신탁사에선 공정관리를 통해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운다. 현장 관리감독을 통해 공사 기간을 줄이고, 예비비도 아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업계에선 감리나 CM이 수행하는 역할을 한 번 더 하는 '옥상옥'(屋上屋)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미 수주한 현장이 많아 착공시기가 되면 인력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업계관계자는 "일선 주민들이 바라는 신탁사의 역할과 실제 역할에 괴리가 있는데다, 그나마도 권한이 제한돼 있고 실수도 잦아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면서 "신탁의 역할을 정확히 규정해, 수수료를 내는 대신 다양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jim332@newsway.co.kr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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