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와 '親롯데 인사' 우대에 직원 설자리 좁아져""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부터 정착시켜야" 지적도
즉, 롯데가 10년 가까이 회사를 운영하는 동안 구성원을 전혀 포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으로 조직을 결합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한 임원이 물러나자 직원 사이에선 여러 얘기가 쏟아지고 있다. 최진환 대표의 독단·고집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기업 문화를 둘러싼 불만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특히 일부 직원은 롯데로 인수된 이후 회사의 분위기가 경직된 것은 물론, 이른바 '성골'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토로했다. 롯데 공채 출신을 우대하는 탓에 그 외의 직원은 인사와 복지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임원의 퇴사라는 평범한 이슈 하나가 회사를 향한 성토의 장을 만든 것은 제3자가 보기엔 해당 임원이 신구 세력간 갈등의 희생양으로 비친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의 롯데렌탈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고집으로 임원이 회사를 떠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롯데 출신 경영진으로부터 연일 무리한 경영 방침이 떨어지는 데 이어, 출신에 따른 차별로 직장 내 공기가 무거워지고 있다는 데 직원들은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롯데 체제로 바뀐 뒤 '비(非)롯데' 직원의 설자리가 차츰 좁아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실 롯데렌탈은 복잡한 인수합병(M&A) 과정을 거쳐 탄생한 기업이어서 내부 화합에 더욱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이다.
연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롯데렌탈의 모태는 1986년 한국통신(현 KT)의 자회사로 출범한 한국통신진흥이다. 정보통신기기 임대 사업자로 문을 연 이 회사는 1989년 본격적으로 렌터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KT는 2005년 KT네트웍스에서 렌탈 사업을 떼어내 KT렌탈을 만들었고, 2010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금호아시아나로부터 알짜기업 금호렌터카를 인수함으로써 당시 8위에 머물던 렌터카 사업을 단숨에 업계 1위로 끌어올렸다.
다만 이 체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KT는 2013년 계열사 실적 악화로 위기에 놓이자 황창규 전 회장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 구조조정에 착수해 결국 2015년 이 회사의 경영권을 롯데로 넘긴다. 그리고 지금의 골격을 갖춘 롯데렌탈은 2020년엔 한진그룹의 렌터카 사업 부문을 사들임으로써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롯데부터 KT, 금호, 한진에 이르기까지 최소 네 개 기업 출신 임직원이 지금의 롯데렌탈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롯데렌탈은 이를 외면하는 듯한 행보로 뒷말을 낳고 있다. 출범 초기엔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피인수 기업 인재를 중용했으나, 최근 들어선 '롯데 출신' 또는 '친롯데 인사'를 앞세워 독자적 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데 신경을 쏟으면서다. 실제 2018년까지만 해도 등기·미등기 임원 중 절반을 근속연수 20년 이상의 인물이 절반에 달했지만 그 숫자는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작년 반기보고서를 보면 임원 16명 중 비슷한 경력을 지닌 인물은 이승연 상무와 구범석·박주형·신상훈·김지훈·정종민·정효진 상무보 등 7명에 불과했다. KT 또는 금호 출신이 경영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의 인사 기조는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진환 대표의 입맛에 맞춰 움직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곳곳에서 파벌 싸움이 이어지면서 그 사이에 끼인 젊은 직원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라인'이 형성되는 등 사내 정치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회의감에 회사를 떠나는 젊은 인재도 속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진환 대표도 이러한 사내 여론을 반영해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게 회사 안팎의 중론이다. 자신의 방침을 고집하기보다 여러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인사·복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림으로써 화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 측이 롯데렌탈에 자신들의 문화를 무리하게 이식하려다보니 해를 거듭할수록 부작용이 커지는 모양새"라면서 "당장의 실적도 중요하겠지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지속가능한 경영 시스템'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