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정 회장의 SNS 활동은 호감을 샀다. 은둔하는 보통의 재벌 기업 오너와 달리 사생활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소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룹 이미지도 덩달아 호감이 됐다.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의 '용진이형'이 된 그에게 SNS란 '도파민'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 회장을 유명 인사로 만든 SNS는 그에게 덫이 됐다. 지나치게 솔직한 게 문제였다. 그는 '공산당', '멸공' 등 정치적 논란을 키우는 발언을 가감 없이 꺼냈고, 본인을 비판하는 기자를 공개 저격하기도 했다. 대중을, 언론을 편 가르기하며 구태여 적을 만든 셈이다.
그 사이 정 회장의 본업은 줄줄이 좌초됐다. 그가 부회장을 지내는 동안 도전했다 접은 사업이 많아 '마이너스 손'이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다. 유통업 외로 정 회장의 개인 취향이 반영된 사업 투자가 재무 부담을 더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야구단과 골프장, 와이너리와 스타벅스 등이 본업과 무관한 투자로 꼽힌다.
특히 이마트의 재무 상태에 결정적 타격을 준 건 온라인 사업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 이베이코리아를 3조원대에 인수한 후 이듬해 '디지털 피보팅'에 도전했지만, 공들인 데 비해 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SSG닷컴은 1030억원, 지마켓은 321억원 적자를 냈다.
결국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첫 적자'라는 불명예를 안고, 유통 왕좌를 쿠팡에 내어줬다. 작년부터 이마트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락세다. 본업 경쟁력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대형마트 산업이 흔들리는 와중에 본업에 충실하지 못한 정 회장의 경영 행보가 이마트에 악재를 더한 격이다.
다만 모순되게도 이마트가 꺼낸 카드는 정 회장의 승진 인사다. 정 부회장은 18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위기를 정면돌파할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책임 경영에 나선다는 명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가 창립 이래 첫 전사 희망퇴직에 나선 건 뼈아픈 처사다. 이마트 노조는 그동안 이마트를 일궈온 직원을 '패잔병' 취급한다며 비판했다. 특히 정 회장이 취임하며 강조한 원칙은 '신상필벌'인데, 정 회장 본인부터 이 원칙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일단 SNS 정리로 옛 과오를 청산하고 본분을 다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작년 수익성에 악영향을 준 신세계건설의 수장을 교체하는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일각에선 정 회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가 당분간 경영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마트가 올해 내세운 전략은 본업 경쟁력 강화다. 그동안 놓치고 있던 오프라인 유통의 근본을 바로 잡겠다는 포부다. 경영이 본업인 정 회장의 어깨도 무겁다. 그의 어깨에 매달려 생사가 오가는 이마트 임직원은 2만2000여명이 넘는다. 올해는 정 회장도 그 무게를 느끼고 회장 본업에 충실하길 기대해 본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