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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해양플랜트와 조선산업의 고용

전문가 칼럼 양승훈 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해양플랜트와 조선산업의 고용

등록 2024.04.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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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와 조선산업의 고용 기사의 사진

해양플랜트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2010년대 조선산업 불황기 업계의 실적 악화를 만든 주범이었다. 2010년대 고유가(배럴당 80달러) 상황이 벌어지자 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기피되었던 해상 시추와 해상 원유 추출을 재개했다. 한국의 조선산업 빅3(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엑손모빌(Exxon Mobile), 쉐브론(Chevron), BP 등 글로벌 오일 메이저 외에도 원유 수출에 관심이 있던 국가들의 국영 석유 기업들로부터 대량의 해양플랜트를 수주받았다. 2007년까지의 역사적 신조선(new shipbuilding) 시장의 호황이 끝나고 수주가 급감한 상황에서 해양플랜트는 현재의 설비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자, 조선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미래의 먹거리로 불렸다.

조선 3사는 처음에 채산성 있는 원유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시추 분야에서는 배에 가장 가까운 드릴십(심해 시추선)부터 대륙붕이나 인근 해에서 원유 시추가 가능한 반 잠수식 시추설비(semi-rig)나 고정식 시추 플랫폼(fixed platform)를 수주했다. 이어서 해상에서 원유를 정제하여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해상 정유공장인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 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하역 설비)까지 수주했다.

문제는 지속적인 손실이 났다는 데 있다. 해양플랜트 건조 작업이 한창이던 2010년대 초중반, 조선 3사는 매년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크게는 수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은행의 관리하에 있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구조조정을 매개로 정부의 공적자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지원받았다. 이렇게 된 연유를 따져보자면, 한 편에서는 선박과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기술적이거나 생산관리 차원의 문제였고, 다른 한 편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벌어진 유가의 하락 때문에 발생한 재무 비용 문제였다. 먼저 기술과 생산관리 차원의 문제. 시리즈 발주(한 번에 동일 선박 대량 발주)가 없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의 학습 비용이 많이 들었다. 세상에 유일한 플랜트 한 기를 건조하는 것이었기에, 반복 숙달에 따르는 생산성 향상이 없었기 때문에 설계 엔지니어의 시행착오가 모두 비용이 됐다. 도면을 수정할 때마다, 자재가 재입고될 때마다, 생산이 지연되었고, 지연을 만회하기 위해 초단기 프리랜서인 '물량팀'이 생산에 동원되었다. 자재비, 인건비, 공정 지연에 따른 패널티 모두가 비용이 되어 결국 조선소에 부메랑이 되었다. 두 번째로 유가 하락으로 인해 발주처들이 비용을 조선소에 전가했다. 기존에는 관대하게 재작업과 재설계, 재구매로 발생한 비용을 '계약 사항 추가 변경'(change order)을 통해 보상해 주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그런 관용은 없었다. 해양플랜트는 1기당 계약 규모가 5천 억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렀지만 그에 비례해 손실이 커졌다.

한동안 잊혔던 해양플랜트는 최근 다시 소환되고 있다. 삼성중은 FLNG 수주, 건조 모두에서 견조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설비이다. FPSO의 천연가스 판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3년 한 기당 2조원에 달하는 FLNG 5기를 수주해 그중 3기를 인도했다. 예전처럼 설계의 잦은 개정, 자재의 재구매, 생산의 지연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해양 플랜트 엔지니어링 역량의 승리라고 전한다. 10년에 가까웠던 지난한 불황 속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어려운 프로젝트들을 수행했던 해양플랜트 설계 인력을 지켜내고 육성해서 거둔 성과라는 것이다.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삼성중은 동종사 대비 해양프로젝트 1기에 투입되는 엔지니어의 숫자가 많고 고급 인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같은 시점 삼성중공업은 생산직 인력을 더 이상 정규직으로 뽑지 않는 것은 물론, 내국인 대신 E-7 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을 직고용하는 방식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연구개발, 설계와 관리는 고학력 대졸 이상 정규직 엔지니어가 수행하고, 생산은 외국인과 사내 하청을 폭넓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인력을 고용한다는 점에서 국가와 지역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조선산업의 '양질의 고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떠오른다. 대졸 엔지니어를 많이 뽑아야 하는가, 아니면 (내국인) 생산직 정규직을 많이 뽑아야 하는가? 두 직군의 고용은 서로 상충하는가, 아니면 함께 갈 수 있는 것인가? 조선산업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제조업 고용에 대한 질문 역시 앞으로 이 딜레마와 역설에 대해서 다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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