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출산율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가임세대의 주거안정 붕괴다. 일자리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탓에 인구가 쏠렸고, 이로 인해 치솟은 주택 가격은 20~30세대에겐 '내 집 마련의 꿈'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집을 사면 이자폭탄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 내 소형아파트 평균분양가는 1년 새 20.5%가 올라 전용 60㎡ 기준 6억8580만원에 달한다. 30~40년 장기대출을 받아도 한 달 이자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나마도 수요가 있는 단지는 당첨조차 힘들다. 매매가격은 분양가보다 더 비싸다.
소위 '라떼'세대가 이야기하는 셋방에서 애를 키우며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운다는 것도 언감생심이 됐다. 애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는 순간 월급이 곤두박질친다.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육아휴직급여가 150만원인데,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월 128만8000원이다. 이외에 식비‧교육비‧병원비까지 감안하면 '평균의 삶'도 어려워진다. 휴직이 끝나면 보육도우미에게 월급을 고스란히 줘야한다.
실제로 가족이 늘어나는 것과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깊은 연관이 있다. 2022년 기준 1인 가구의 자가 주택 보유율은 30.9%로 전체 가구 평균(56.2%)에 한참 못 미쳤다. 2인 가구의 주택 보유율은 65.2%로 보유율이 확 높아진다. 3인 가구는 71.0%, 4인 가구는 74.7, 5인 가구 이상은 74.8%로 가구 구성원이 많을수록 주택을 가지고 있는 가구의 비중이 늘었다.
문제는 출산을 할 수 있는 30대 이하의 주택보유율이 너무 낮다는 데 있다. 연령별 주택 소유비중을 살펴보면 39세 이하가 보유한 주택은 전체주택의 7.6%에 불과하다. 국내 주택의 92.4%를 40대 이상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다. '터전'이다. 우리나라는 면적 5000㎢이상 국가 중 6번째로 인구 밀도가 높다. OECD에선 1위다. 그나마도 임야와 논, 밭, 하천 등을 제외한 실제 이용 면적은 전체 면적의 10.74%인 1만792km²에 불과하다. 이 경우 인구밀도는 극악의 부동산 가격과 거주환경으로 악명 높은 홍콩이나 마카오 수준이 된다.
이 상황에서 새 세대에게 터전을 마련해주려면 간척을 하거나 건물을 올려서 효율을 높여야 한다. 임대주택으론 안정을 얻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집만 짓는다면 30대 이하 젊은 세대가 비싼 집값을 부담할 수 없다.
하나도 낳지 못하는 상황에서 둘이나 셋을 낳은 다자녀가구에게 기회를 더 주고 집값 부담을 덜어준다고 해봤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정책이라면 5명을 낳으면 500억원을 준다는 수준의 공약과 다를 바 없다. 하나부터 낳게 해야 한다.
장기분납이나 임대 후 분양전환 등의 방법이 검토할만하다. 신혼부부에게 5년이나 10년 후 분양전환을 조건으로 임대를 주고, 분양전환시기에 자녀수에 따라 분양가를 할인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신혼희망타운을 통해 신혼부부의 주택소유 열망과 사업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했다. 이보다 조금 더 나아가는 정책이 필요할 뿐이다.
멸종 전에 결단을 해야 한다.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수술과 약의 부작용을 고민하는 의사와 보호자는 없다. 부작용을 논하기 전에 나라의 존속을 확보하고 볼 일이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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