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부문장에 전영현·미래 사업기획단장에 경계현작년 말 정기인사 후 6개월 채 안 돼 '깜짝 인사'삼성 "반도체 미래경쟁력 강화 위한 선제적 조치"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깜짝 인사'를 두고 사실상 부진한 성적을 거둔 반도체 부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절대강자라 불려 왔던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는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1일 미래 사업기획단장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위촉하고 미래 사업기획단장에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을 위촉한다고 밝혔다. DS부문장 및 미래 사업기획단장을 맞바꾼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임 DS부문장에 위촉된 전 부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낸드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7년에는 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SDI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했으며 2024년 삼성전자 미래 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돼 삼성전자·전자관계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 역할을 수행해 왔다.
경 사장은 2020년부터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MLCC 기술경쟁력을 끌어올렸고 2022년부터는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서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통상 삼성전자의 인사는 연말에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통해 이뤄진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한해를 이끌어갈 사장단 인사를 지난해 11월 말 '정기 사장단 인사'로 결정했다. 미래 사업기획단도 이때 신사업 발굴을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변화보단 안정을 택했었다. 삼성전자의 두 중심축인 디바스경험(DX)부문장에 한종희 부회장, DS부문장에 경계현 사장이라는 2인 체제를 유지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불과 6개월도 안 돼 뒤집히게 됐다.
삼성전자가 DS부문 구원투수로 전 부회장을 앉힌 것도 반도체 부문에 대한 위기의식이 녹아들어 있다는 풀이다.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 사업 영역에 있어 중심축이자 자신 있는 분야였다. 그러나 최근 AI 열풍이 몰고 온 '게임체인저' HBM에는 제대로 탑승하지 못했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나란히 수십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좀 더 발 빠르게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HBM 때문이었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선점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점유율 53%로 1위를 차지 중이고 삼성전자는 38%로 2위를 기록했다. HBM 4세대인 HBM3 시장으로만 국한하면 SK하이닉스가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했을 정도로 우위에 있다.
더구나 D램 시장에서 향후 HBM이 차지하게 될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HBM이 차지하는 비중(매출)이 지난해 2%에서 올해 5%로 상승,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HBM 시장에 대한 경쟁력 강화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와 거래를 뚫고 있는 것도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추진 중이지만 아직 결과물은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지난주에는 삼성전자가 HBM3E(HBM 5세대)에 대한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시장의 소문마저 돌았다. 이미 지난 3월 HBM3E(8단)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대조적이다. 최근 반도체주에 대한 부푼 기대감에도 양사의 주가가 엇갈렸던 배경이다.
경 사장은 최근 사내 경영 설명회에서 "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고 패배를 인정하며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DS부문장 교체 인사를 두고 AI가 불러온 변화 속 경 사장의 대처 미흡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가 '경질성' 인사와는 무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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