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HBM 위상 달라져HBM 비중 내년 30%까지 확대D램 시장 내 지각변동 주목
2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기준 D램 시장점유율은 31.7%로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1위는 삼성전자(45.7%)였고 3위는 마이크론(19.1%)이었다.
그간 D램 시장 절대강자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2년 12월 처음으로 세계 D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오랜 기간 '1등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D램 시장 내 점유율 격차를 좁히며 맹추격 중이라는 점에서다. 작년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24.7%로 삼성전자(42.8%)는 물론 마이크론(27.2%)에도 밀려나며 3위를 기록했다.
상황은 2분기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작년 2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31%까지 오르며 2위로 회복, 삼성전자(40%)와의 격차도 좁혀갔다. 같은 해 3분기 SK하이닉스는 3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1분기 삼성전자와 18.1%P 차이가 났던 것에서 2분기 9%P, 3분기 4.4%P까지 줄여간 것이다. 비록 4분기 격차는 다시 벌어지긴 했으나 이같은 지각변동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최근 10여년간 SK하이닉스가 연간 점유율 30%를 넘긴 적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3분기 삼성전자와의 4.4%P까지 격차를 줄인 것은 최근 10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었을 정도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D램 시장에서 분발할 수 있었던 것은 HBM의 공이 컸다. 최근 AI 반도체 핵심인 HBM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상황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로 1위, 삼성전자가 38%로 2위를 기록했다. HBM 시장에서만큼은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공고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HBM 4세대)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시장 우위를 공고히 했다. 뒤이어 엔비디아에 HBM3E(HBM 5세대) 8단 제품 납품을 개시한 곳도 SK하이닉스다. 반면 삼성전자도 엔비디아를 뚫기 위해 추진 중이지만 아직 납품 소식을 전하진 못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생산 측면에서 HBM은 올해 이미 솔드아웃(Sold-out, 완판)인데,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며 "또한 시장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직 올해 1분기 D램 시장 승부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시장에서는 추후 D램 시장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될수록 SK하이닉스의 시장 내 점유율이 높아질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비트(bit) 용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매출)이 지난해 2%에서 올해 5%로 상승, 내년에는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D램 시장 내 HBM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향후 HBM 시장 내 업체 간 경쟁 상황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HBM 시장이 점차 커지게 되면 SK하이닉스에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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