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관련 소송 40여건···소액주주 손해배상 소송도 패 '식약처 허가 취소'건 상고심 진행, "적극 소명할 것"매출 60% 내는 김천공장서 불···'기술이전' 성과 노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7단독 최병률 판사는 지난 2019년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사태 관련 허위 공시 의혹으로 손해를 본 주주 2명이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을 상대로 6177만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보상하라며 제기한 투자손실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주주들의 손해가 인정된 첫 법원 판결이다.
인보사는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하고,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 2017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국내 최초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다. 하지만 2019년 3월 미국 임상시험 진행 과정에서 제품 주성분 하나가 허가사항(연골세포)과 다른 성분(신장세포)으로 제조됐음이 확인돼 회사는 자발적으로 유통 및 판매를 중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임상 3상을 중단시켰고, 국내에서는 식약처의 품목 허가 취소가 이뤄졌다. 인보사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던 일본 제약사 미츠비시타나베에는 계약금과 이자, 손해배상금, 소송비 등 약 430억원을 지급했다.
회사 측은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를 받은 지난 2004년과 현재의 기술 수준 차이로 분석 결과가 바뀌었을 뿐 물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고의적인 성분 조작 의혹, 바뀐 세포인 '신장유래세포'의 종양 유발 가능성 등이 제기되며 불신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시민단체와 소액주주, 투약 환자 상당수는 회사 측이 미국 내 위탁생산업체로부터 인보사 주성분이 신장세포라는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도 그동안 이를 은폐해왔다며 집단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회사에 제기된 소송건수가 40여건에 이르는 만큼 이번 판결의 파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10월 식약처에 대한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회사 임원들에 대한 형사소송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한 식약처의 처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선 1심과 2심 모두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심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항소를 통해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여파가 장기간 이어지자 회사의 현금 곳간도 메말라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현금성자산은 2021년 말 278억원에서 2022년 말 6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작년부터는 12월 기준 76억원, 올 1분기 84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 김천 소재 공장에 대형 화재까지 발생해 상황 개선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김천2공장은 지난 19일 오전 2시30분쯤 화재 발생 이후 총 13시간 만에 진화가 완료됐다. 간접 화상을 입은 직원 2명은 인근 병원에서 간단한 소독 후 귀가조치 됐다. 화재원인과 추가 피해규모는 현재 파악 중이다. 창고동 3개동은 전소했고 생산동 2개동도 일부 소실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천2공장은 항균제 등 SC(Specialty Chemicals) 사업부문에 해당하는 제품 생산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 중인 징크 피리치온 현탁액은 글로벌 시장 규모가 1800억원에 달하는 항비듬샴푸의 주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수출비중이 높다.
SC사업부문 매출은 회사 전체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올 1분기 기준으로는 386억원 중 약 60%인 230억원이 SC사업부문에서 나왔다. 공장 정상화 시기가 늦어질수록 회사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작년 기준 코오롱생명과학은 WS(수처리) 사업 중단, 주요 매출 사업 부문인 의약 사업 부문의 매출 감소, 엔저 효과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 1246억원, 영업손실 24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가 기대를 걸고 있는 건 R&D 성과다. 회사는 신경병증성 통증 유전자 치료제 'KLS-2031'의 기술이전을 고심하고 있다.
재조합 아데노부속바이러스(r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인 'KLS-2031'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1/2a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18명 환자 전원 투여가 완료된 상태다. 최종결과보고서는 이달 확보 예정이며, 투여 환자 장기안전성관찰 연구는 오는 2027년 2분기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KLS-2031'은 지난해 10월 임상시험 중간결과에서 일차 목적인 '내약성'과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차 목적인 유효성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펜데믹 등으로 인한 환자 중도탈락에 의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용량 대비 중용량 및 고용량 투여군에서 뚜렷한(evident) 진통효과를 확인함에 따라 기술이전 가능성을 엿봤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KLS-2031은 후기임상 권장용량 선정, 적응증 확대를 위한 약물 유효성 평가 목적의 후속 임상, 라이선스 아웃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 파이프라인에) 관심 있는 회사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이같은 전략에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이전이) 불가능한 건 아니"라면서도 "안전성, 유효성처럼 용량도 민감한 부분이고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회사는 항암 유전자 치료제 'KLS-3021'도 개발하고 있다.
'KLS-3021'은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며 전임상 단계에 있다. 동물 실험을 통해 최적의 적응증을 확인하는 한편 임상시험 진입을 위한 독성시험을 진행 중이며, 추후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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