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지연 문제 해소 방안 발표'파두' 이후 기업공개 문턱 높아져, 투자 한파 지속업계 '환영'···"정착까지 시간 필요, 추가 개선도 있어야"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상장예비심사 지연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영업실적이 미흡하더라도 전문평가기관 중 2개의 기관의 기술평가 결과가 일정등급(A등급‧BBB등급) 이상을 받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 상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바이오기업처럼 기술력은 갖췄으나 사업화기간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한 업계가 선호하는 상장 방식이다.
기술기업은 심사절차상 전문가 회의 등 일반기업 대비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 재무성과와 같은 단순명료한 판단기준 적용이 곤란해 심사에 장기간 소요된다. 특히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의 심사 기준 강화로 IPO 작업이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했던 기업들에 대한 심사 기간이 한없이 길어졌다. 상장 추진을 자진 철회하는 기업들도 생겨났다.
이에 거래소는 난이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장기간 소요되는 기술특례 기업과 일반 기업의 심사를 완전히 분리해 심사처리 효율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또 기술기업상장부는 팀별로 전담산업 전문 심사체계를 구축해 산업 특성을 반영한 심사기준 수립 및 심사기법 고도화에 나선다. 기존 5개팀 중 기술심사1팀은 바이오, 기술심사2팀을 ICT·서비스, 기술심사3팀은 제조업(소부장) 분야를 각각 전담해 심사를 실시한다. 나머지 2개팀은 일반기업을 담당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심사지연을 신속하게 해소하기 위해 특별심사 TF를 별도로 설치하고 심사인력을 추가배치 한다.
심사 절차도 산업 특성에 맞게 개선한다. 심사초기 심사이슈 해소에 필요한 기간을 예상해 우선처리가 가능한 기업은 신청순서에 관계없이 우선 처리하고, 단기간 내 이슈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심사장기화보다는 최소기한 내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아울러 주관사의 사전협의를 활성화해 주요 이슈사항을 사전에 논의하고 심사이슈 해소 후 신청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만 거래소는 이같은 상장심사 지연 해소 조치가 투자자 보호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심사 기준은 기존과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차원에서 상장예비심사가 지연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가 자금난에 허덕이던 바이오기업들에게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국내 바이오업계는 장기간 이어진 투자 한파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임상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정리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는 주요 투자금 회수(엑시트) 수단인 IPO 문턱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제대로 된 밸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엑시트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면서 벤처캐피탈(VC) 투자가 대폭 감소한 탓이다. VC의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금액은 2021년 1조6770억원에서 2022년 1조1058억원, 지난해 8844억원으로 줄었다. 바이오 기업 IPO는 2020년 17개에서 지난해 9개로 감소했다.
바이오업계는 기업들의 빠른 증시 입성을 지원하는 거래소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을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기술특례상장 이후 유지조건 등 추가적인 개선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최근 바이오업계 사정이 많이 어렵다. 결국 투자가 이뤄지려면 산업 특성에 맞게 엑시트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면서 "거래소가 바이오업계 전담팀을 만들고 심사 기간을 줄이겠다고 한 건 산업이 어려울 현 상황에 좋은 트리거가 될 것 같다. 자금이 흐르면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가 많아질 거고 벤처들도 활성화될 거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TF 인력을 얼마나, 어떻게 구축하는지는 거래소의 의지일 것 같다.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는 강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A 대표이사는 "늦은 감이 있지만 빨리 제도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투자 감소가 제도적 문제라든지 거래소의 정책 문제라면 빨리 풀어줘야 한다"며 "IPO가 성공한 사업을 공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성장단계의 회사를 자금시장에 들여보내서 자금 조달을 촉진시키는 목적도 있다. 자금 조달은 회사 건전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파두 문제가 하나 발생했는데, 이걸 메꾸려고 새 규정를 도입하거나 심사과정에서의 스탠스를 바꿔버리면 전체 시장이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하며 "상장 이후 투명성 차원에서 회사에 요구할 건 더 요구하되 대신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개선된 제도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나온다.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B사 관계자는 "아직까진 IPO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움츠러들어 있는 상황이다. 파두 사태 이후 심사 과정이 굉장히 타이트해졌고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며 "데이터가 쌓여야 거래소 기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반기는 돼야 (제도 정착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절차 간소화, 전담팀 구성 등으로 심사 기간은 단축시킬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의 기준은 더 까다로워질 수도 있다. 오히려 기술성평가가 더 중요해진 느낌"이라며 "BBB등급처럼 조금 애매한 등급이 나올 경우 거래소 바이오팀의 대처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한국거래소가 시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전담팀이 구성되는 등의 제도 개선으로 신속심사 및 전문성 확보 등의 장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개월내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는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추가적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이슈 등에 대해서도 거래소가 고민중인 것으로 아는데, 이런 부분도 신속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선 A사 대표도 "신약개발 회사는 R&D를 진행할수록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는데 현행 제도로는 적자가 발생했다고 관리종목으로 들어가는 실정"이라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개선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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