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그랑 콜레오스 출시 앞두고 '男 혐오 시끌'르노 측 거듭 사과에도 "사전계약 취소할 것""사건 심각성 모르는 내부 분위기가 더 문제"
르노코리아의 사내 홍보 유튜브 채널인 '르노 인사이드'는 지난 6월 27일 해당 채널에 뉴 그랑 콜레오스를 홍보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신차의 주요 기능과 특징을 설명하는 것이 영상의 제작 의도였으나 이 영상은 엉뚱한 방향으로 유명해졌다.
'리포터 D'라는 필명의 브랜드 매니저 직원은 영상에서 엄지와 검지를 'ㄷ'자 형태로 구부리며 콘텐츠를 진행했다. 해당 손 모양은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남성 혐오적 표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손 모양이 퍼진 커뮤니티는 여성 이용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해당 영상에 대한 캡처 사진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파만파로 번지자 남성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르노코리아를 성토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결국 사태의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르노코리아 측에서 해당 채널의 영상을 모두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럼에도 르노코리아 측을 향한 누리꾼들의 공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당 직원이 이번 뉴 그랑 콜레오스 관련 영상 외에도 다른 영상에도 문제의 손 모양을 자주 표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 커지게 됐다.
한 직원의 그릇된 행동에서 비롯된 논란은 르노코리아의 하반기 판매 전선의 운명을 쥐고 있는 신차 '뉴 그랑 콜레오스'로 튈 기세다. 해당 차종은 지난 2020년 공개된 소형 스포츠형 다목적 자동차(SUV) XM3(현 르노 아르카나) 이후 4년 만에 등장하는 르노코리아의 신차다.
뉴 그랑 콜레오스는 지난 6월 27일 부산 모빌리티쇼 최초 공개 이후 5000대의 사전계약을 받으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동영상 사태에 분노한 일부 소비자들이 사전계약을 취소하겠다는 댓글을 꾸준히 달고 있다.
뉴 그랑 콜레오스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던 중형 SUV QM6의 후속 모델로서 르노코리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오로라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오로라 프로젝트는 오는 2027년까지 총 3종의 신차를 르노코리아 주도로 개발해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려는 중장기 발전 전략이었다. 특히 이번에 출시되는 뉴 그랑 콜레오스는 오로라 프로젝트의 역사적 첫 제품인 '오로라 1'이었다.
무엇보다 올 상반기에도 QM6의 인기가 매우 좋았고 현대차 싼타페, 기아 쏘렌토 등과 더불어 QM6가 중형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꾸준히 드러냈기에 신차에 거는 기대치도 높았다.
그러나 일부 직원의 행동 때문에 전사적으로 추진했던 초대형 계획에 흠집이 생기게 됐다. SUV 구매 수요의 절대 다수는 남성 소비자들인데 하필이면 남성 혐오적 표현에 분노하는 남성 소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 실제로 몇 대의 사전계약이 취소됐는지 정확한 현황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르노코리아 측은 "워낙 논란이 많은 사안이라 내부적으로도 매우 무거운 분위기"라면서 "사전계약 현황의 변동 여부는 자세한 확인이 어렵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르노코리아 회사 내부에 뿌리 깊게 번진 '젠더 불감증'이 이번 사태를 더 키운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개인의 일탈 행동, 특히 거리낌 없이 내뱉은 특정성별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 자칫 회사의 위신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평소에 교육하지 않았기에 이런 일이 번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매우 많다.
더구나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어 유사 사건이 재발할 우려도 여전하다.
일부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본인을 르노코리아 직원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회사 내부에 이번 사태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언급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노이즈 마케팅도 마케팅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으니 젠더 관련 논란이 개선될 여지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분노한 일부 소비자들은 프랑스 르노 본사 측에 프랑스어로 해당 사태에 대한 직원 교육과 징계를 요구하는 투서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르노 본사 측이 미온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있어 사태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듯 하다.
실제로 르노는 해외 다른 나라에서도 젠더 관련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14년에는 네덜란드에서 방영한 한 광고가 여성의 운전 미숙을 비하하는 듯한 내용으로 논란이 된 바 있고 2017년에는 프랑스에서 여성 비하성 광고를 내보냈다가 비판을 받았다.
르노의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가 더 높은 유럽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재발된 상황에서 르노 본사가 대한민국 법인에 대해 강한 징계를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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