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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대차만 무파업···車업계 올해도 고질적 '하투'

산업 자동차

현대차만 무파업···車업계 올해도 고질적 '하투'

등록 2024.07.12 16:14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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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단골' 현대차, 여름휴가 전 임협 합의 성공기아·르노·KGM, 성과급·정년 연장 등 변수 주목'부분 파업' 한국GM 노조, 使측 임금 제안 거부

파업.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파업.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국내 자동차업계의 오랜 고질병으로 꼽히는 '하투(夏鬪, 여름철 노사분규)'가 올해 또 다시 번질 위기에 처해있다. 업계 노조 중 맏형인 현대차만이 파업을 피했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곳곳에 도사리는 변수로 인해 불안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생산 업체 5곳(현대자동차·기아·한국GM·KG모빌리티·르노코리아) 중 현대자동차를 뺀 나머지 4곳의 노사 임금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오는 12일 본교섭을 시작하는 르노코리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현재 교섭이 진행 중이다.

47일 만에 임협 끝낸 현대차, 6년 연속 무파업


완성차 5사 노조 중에서 가장 세력이 크고 투쟁력이 센 현대차 노조는 일찌감치 임금 협상을 마쳤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일 울산공장에서 가진 임금 교섭을 통해 임금 협상에 대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는 양측의 12번째(상견례 포함) 만남에서 이뤄진 합의였다.

현대차 노조는 당초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을 올해보다 15만9000원 올리고 지난해 거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며 근로자의 정년을 만 64세로 연장하는 방안 등을 회사 측에 제안했다.

당초 현대차 노사는 임협 제안에 대해 의견차를 쉽게 좁히지 못했으나 회사 측이 역대 최대폭의 기본급 인상안을 제시하고 성과급과 현대차 주식 부여 등 적극적인 성과 보상 제안을 하면서 양측의 간극이 좁아졌다.

아울러 단시간 내 해결이 어려운 근로자 정년 연장 결정을 추후로 미루는 대신 정년퇴직한 베테랑 조합원을 촉탁계약직으로 재고용해서 2년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내놓으면서 합의점을 찾았다.

현대차 노조는 12일 오전 울산·아산·전주공장에서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임협 합의안 찬반투표를 마쳤다. 이날 오후 늦게 개표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절반 이상의 조합원이 합의안에 찬성할 경우 현대차 노사는 6년 연속으로 파업 없는 여름을 보내게 된다.

기아 노조 "지난해 영업이익률 11%···합당한 보상해달라"


현대차만 무파업···車업계 올해도 고질적 '하투' 기사의 사진

업계 노조의 실질적 맏형인 현대차가 파업을 하지 않게 됐지만 나머지 회사의 노사 교섭 상황은 결코 밝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아의 노사는 현재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상견례를 실시한 기아 노사는 본교섭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아의 노사 교섭은 지난 5월에 노사 상견례를 실시한 현대차보다 늦게 시작됐기 때문에 속도가 다소 늦다.

그러나 같은 그룹 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현대차 노조가 상견례 이후 불과 47일 만에 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기아 노사도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을 마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노조가 다소 강경한 조건을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기아 노조는 경영진 측에 15만9800원의 기본급 인상안과 지난해 영업이익(11조6079억원)의 32.4%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기아 경영진은 다소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아 노조 측은 기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현대차보다 월등히 높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경영진이 근로자들에 대해 확실한 보상에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기아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11.63%로 현대차의 9.3%보다 2.33%포인트 높았다.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 역시 교섭 초기 단계다. 르노코리아는 실무 교섭 단계를 마친 뒤 다음주부터 본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며 KG모빌리티는 9차 교섭까지 진행하며 의견차를 좁혀가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KG모빌리티는 근로자 정년을 현행 만 60세에서 만 63세로 연장해달라고 제안했다.

다만 두 회사의 경우 빠른 타결 가능성이 점쳐진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4년 만의 신차 출시가 임박한 만큼 노사 화합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KG모빌리티 노사 역시 14년 연속으로 이어온 무파업 기록을 15년 연속으로 이어가자는 의견이 강하다.

한국GM 노사, 일촉즉발 위기···교섭 분위기 '험악'


파업 가능성이 사라졌거나 옅어진 업체들과 달리 이미 현장에서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을 함께 진행 중인 한국GM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11일까지 인천 부평공장에서 17회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양 측의 심각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을 현재보다 15만9800원 인상하고 지난해 회사의 순이익(연결기준 1조4996억원) 중 15%(약 2249억원)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한편 지난 10년간의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통상임금 기준 300%의 상여금을 달라는 요구안을 내놨다.

이에 한국GM 경영진은 기본급 인상액을 7만9000원으로 제안한 상태다. 한국GM 경영진은 "최근 몇 년간 회사가 적자 상태를 면치 못했다"며 "근로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 덕분에 경영 실적이 흑자로 전환되기는 했으나 아직 여의치 않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양 측의 조건을 비교하면 경영진이 노조의 제안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 격이 됐다. 이 때문에 노사 간 교섭 분위기는 험해지고 있다.

특히 노사 간 교섭의 시간이 1시간도 안 돼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일부 노조 간부는 경영진 측 임금 인상 제안이 인쇄된 서류를 경영진 앞에서 찢은 뒤 바닥에 내팽개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난 3일 경고성 2시간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8일부터는 하루 4~6시간씩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오는 17일까지 부분 파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노조는 경영진 측의 기조 변화가 없다면 전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수 자동차 시장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지만 노조가 오히려 파열음을 키운다면 시장 반등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 노조가 노사 상생의 신호탄을 쏜 만큼 다른 업체들도 노사 화합의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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