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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플랫폼 배 불리기에 '조삼모사' 된 무료배달

오피니언 기자수첩

플랫폼 배 불리기에 '조삼모사' 된 무료배달

등록 2024.07.19 16:33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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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공짜 점심은 없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경제학을 여덟 단어로 표현하면'이라는 글을 기고할 때 인용해 유명해진 말이다. 이익을 얻기 위해선 기회비용이 들어간다는 의미로, 그럴듯한 제안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경제학 명언이다.

코로나 대유행 시절 천정부지 치솟던 배달비가 공짜가 됐다. 무료 배달은 엔데믹 이후 배달앱에 등 돌린 소비자를 잡기 위해 쿠팡이츠가 지난 3월 처음 시작한 서비스다.

코로나 특수로 몸집을 불린 배달 시장, 성장통의 중심엔 항상 배달비가 있었다. 코로나 시절 배달 서비스를 공급하는 라이더보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수요가 더욱 높아지면서 배달비는 한때 천정부지 올랐다. 배달비는 한때 배달앱의 '폭리'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데 엔데믹 이후 배달 시장이 짜게 식자 '무료 배달'의 시대가 열리고 말았다. 시장 원리로 보면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은 당연한 거지만, 공짜 전략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배달 시장이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다만 대가 없는 무료 배달은 없었다. 쿠팡이츠는 무료 배달 선언 이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쿠팡이츠의 무료 배달은 와우 멤버십의 혜택 중 하나다. 혜택을 키워줬으니 돈을 더 내라는 격이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무료 배달에 뛰어든 동시에 '수익성' 올리기에 나섰다. 조건이 없던 무료 배달을 구독 서비스로 전환해 유료화했다.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 출혈경쟁을 띄웠지만, 배민은 더 이상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단 의지로 요금제를 내놓고 수수료 체계를 손보는 모양새다.

문제는 무료 배달의 짐은 누가 지냐다. 무료 배달로 발생한 손실을 기업이 그냥 떠안을 리 없을 거란 예측에 외식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무성했다. 역시나 부담은 자영업자 몫이었다.

배민은 최근 자체 배달 서비스 '배민1플러스' 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배민1플러스는 자영업자가 무료 배달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이용해야 하는 상품이다. 이에 앞서 신규 점주에 포장 수수료를 떼어가는 정책도 이달부터 도입됐다.

인상된 수수료는 쿠팡이츠의 수수료와 같은 9.8%다. 그런데 배민을 향한 자영업자의 반발은 극에 치닫고 있다. 배민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압도적인 사업자인 만큼 이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클 거라는 우려에서다.

쿠팡이츠와 요기요가 배민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고서도 비난받지 않은 건 이들에 대한 사용 여부는 '선택사항'이기 때문이다. 비단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주문량이 배민만큼은 아니니 사용하지 않거나 감안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배민은 다르다. 점유율로만 따져도 최소 60% 이상의 배달 주문이 들어오는 매출 창구다. 단 3%P의 인상이 얼마만큼의 매출분을 떼어갈지 가늠하긴 어렵지만, 특히 배달 의존도가 높은 점주라면 이번 배민의 결정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배민은 배달업계에서 유일한 흑자 기업이다. 배민은 지난해 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률로 보면 20% 이상이다. 지난해는 엔데믹 이후 배달 수요가 빠져 위기라던 해였다. 그럼에도 배민만 돈을 번 이유는 명확히 알 순 없으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에 의한 성과임은 자명하다.

수수료 인상 시점 역시 배민의 지배력을 확인시켜 줬다. 앞서 정부가 배달료에 대한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사이 배민이 이를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서다. 이대로라면 혈세로 플랫폼을 배불리는 꼴이 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플랫폼 수수료 인상으로 수익 악화에 직면한 자영업자는 결국 가격을 손보게 된다. 최종적으로 무료 배달의 대가는 소비자가 무는 셈이다. 외식 물가는 오르고, 자영업자는 현상 유지 수준인데, 플랫폼은 돈을 버는 구조로 흘러간다. 공짜 배달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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