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후보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집중할 시기"산은 노조 즉각 '사퇴요구'···"타당성 제대로 조사해야"금융권, 야당 산은법 개정 동의 없이 이뤄지기 힘들 듯
특히 산은 임직원과 노조는 정부가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도 없이 일방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 후보자 역시 정부의 공약이자 지방 발전을 위한 일이라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전일 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구자료를 통해 "산은 부산 이전으로 지역 제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재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집중할 시기"이라고 답했다.
산은 노조는 22일 즉각 성명서를 내고 이에 대응했다. 노조는 "김 후보는 '현재는 국정과제인 산은 부산 이전에 집중할 시기'라면서도, 국정과제라서 추진한다는 말 외에 어떠한 설명도 덧붙이지 못했다"면서 "노동조합이 산업은행 이전의 타당성을 검증하자고 주장해왔지만, 김병환 후보자의 답변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산은이 수행하는 다양한 업무 특성상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 자체가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에서는 400개가 넘는 채권금융기관이 단 3일 만에 산업은행에 모여 긴급회의를 진행했다"며 "산은은 기업금융, 벤처투자, 혁신산업 및 녹색·산업전환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금융시장을 이끌고, 시장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부산 이전은 허황된 포퓰리즘"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산은 노조가 자체적으로 한국재무학회에 '산은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를 의뢰한 결과 이전 이후 국가경제 재무 손실이 15조4781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산은 기관 손실도 7조39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익은 동남권(9703억원)에 치중 된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한국재무학회는 ▲동남권에 절대적으로 적은 거래처 ▲기존 고객 거래 중단 ▲신규 형성 딜(deal)에서 배제 ▲인력 이탈로 인한 금융 전문성 약화 등을 수익 감소 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신규 사옥 설립 ▲주거 공급 및 정착 지원비 ▲퇴직금 및 인력 충원 ▲업무구조 재·개편 등 일회성 비용이 증가가 맞물리면서 손실은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산은 협업기관과 고객의 83.8%가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당시 협업기관은 "긴급한 주주간담회, 정부기관 총회나 투자IR은 전날 밤에 잡히기도 하는데 물리적 거리가 먼 부산까지 가서 딜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이유로 꼽혔다. 이에 더해 산은 노조는 타당성 조사 없이 부산 이전을 강행한 결과로 인력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산은 부산 이전 이슈는 총선 전 크게 격화했다가,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두기 위해선 '산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한다'(제4조1항)는 산은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당 간사 측에서 개정안 통과를 위해 산은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장의 완강한 반대가 이어진다면 정부 역시 국책은행 지방 이전 공약 실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법적 근거 없는 일방적인 본사 이전이 이뤄질 경우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임직원이 동의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산은 부산 이전을 밀어붙인다면 국책은행으로서 선택 사항이 없는 건 맞다"면서도 "다만 산은법 개정이 우선돼야 정부 역시 법적 근거가 생기는데 22대 총선이 여소야대로 결론나면서 정부 역시 어려운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산은 부산 이전 자체가 단순히 표심을 위한 공약(空約)이라는 말도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야당이라도 부산을 기반으로 한 국회의원들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걸었다"면서 "그런데 당론이 산은법 개정을 반대한다면 어려워서 산은 이전이 단시간에 이뤄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고 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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