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출자했지만 5년 만에 청산···은행·증권에 사업 넘겨 연간 수십억 적자행진···로보어드바이저에 사업 범위 국한 AI 투자 위축 우려···"핀테크 M&A 등으로 경쟁력 높여야"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7월 15일 자회사 신한 AI를 청산했다. 이에 따라 신한 AI를 이끌던 배진수 사장은 고문으로 물러났고, 50여명의 직원은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9년 1월 21일 2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인 '신한AI'를 설립했다.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RPA(업무자동화)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도입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당시 신한 AI는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그룹의 디지털 혁신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신한금융은 신한 AI 설립 이후 방대한 금융데이터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AI 금융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 왔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초 열린 경영포럼에서도 AI 중심의 디지털 전략을 강조하며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 보호 등에 접목할 방법을 임직원들과 논의하기도 했다.
5년 누적적자 67억원 '밑 빠진 독'···사업 확장성 한계
하지만 지난 5년간 수십억 원의 적자가 누적되는 동안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신한 AI는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 신한 AI는 설립 첫 해 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뒤 2020년 3억원, 2021년 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2022년과 2023년 22억원, 46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내면서 총 누적 적자는 67억원으로 불어났다.
신한 AI는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자회사로부터 투자자문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이익을 창출했다. 지난해 신한 AI가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얻은 영업이익은 각각 63억원, 21억원이다. 이는 총영업수익(87억원)의 96.5%(84억원)를 차지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신한 AI의 기타 원화 수입 수수료는 약 2억원에 그쳤다.
신한금융은 신한 AI의 사업이 AI 투자자문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효율화를 위해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AI 활용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각 계열사에서 자체적인 조직을 운영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 AI는 과거부터 운영해 오던 로보어드바이저 등의 상품 개발에 머물렀고, 금융당국의 규제 등으로 사업의 확장성이 당초 기대보다 크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AI를 직접 활용하는 은행과 증권에 신한 AI의 사업을 넘겨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슬림화로 사업 실행력 제고···"전방위적 투자는 이어가야"
다만 신한금융의 AI 기술 개발이 중단되거나 디지털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룹 차원에서 AI 사업 규모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AI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여느 IT기업과 마찬가지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슬림화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자회사 청산에 따라 AI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산업 전반에 AI 도입이 늘면서 기업들은 미래 생존이 걸린 AI 주도권 선점을 위해 대규모 손실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금융업종에서는 AI를 통한 고객 경험 개선이 중요한 경영 키워드로 꼽힌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의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금융지주사가 IT 자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신한 AI가 5년 만에 청산된 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은행업은 물론이고 보험업 등 모든 금융업종에서 AI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자회사 운영이 어렵다면 핀테크사와 M&A 또는 전략적 협업 등을 통해 꾸준히 투자하고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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