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이해도 갖춘 구성원 찾기 어렵고 '업턴' 대비해 최소한의 경쟁력 유지 필요 감원 시 '전삼노' 등 내부 반발 커질 우려도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들어 수익성 낮은 부문의 직원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희망 여부를 조사한 뒤 네트워크사업부 국내 인력 4000여 명 중 700명 정도를 타 사업부에 전환 배치했다. 주요 시장의 5G(세대) 장비 구축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다음 단계인 6G 전환엔 시간이 걸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2018년 5G 이동통신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거 합류했던 무선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직원도 원 소속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삼성전자는 LED 사업의 정리 여부도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찬가지로 '감원'이 아닌 '전환배치'를 최우선 방안으로 놓고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것은 회사 안팎의 사정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의 인적 구성과 팀워크를 최대한 유지하려는 게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옅어지면서 이직률이 늘어나는 가운데 높은 전문성과 함께 조직에 대한 이해를 지닌 직원을 찾는 게 무척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업을 축소했다고 해도 직원의 이탈은 회사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은 물론, 인력 이동으로 내부 정보가 경쟁사에 노출될 수도 있어서다. 일부 사업의 경우 언젠가 다시 상승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간과하고 무작정 인원을 줄였다간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로서는 감원을 염두에 두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2020년 5월 이재용 회장의 선언을 계기로 '무노조 경영'을 종식한 마당에 섣불리 직원을 내보냈다간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현재 삼성전자엔 가장 많은 인원을 자랑하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부터 삼성그룹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동행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 사무직노조 등 5개의 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그 중 전삼노는 평균 5.1% 임금 인상 등 사측의 제안에 반발해 조합원을 결집시키며 삼성전자 창사 55년 만의 첫 파업을 이끌내기도 했다.
덧붙여 '기업인으로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은 이재용 회장의 오랜 경영철학이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 연쇄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불확실한 국면에도 매년 채용 규모를 확대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신경을 쏟았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국내 임직원 수는 지난 2018년 10만3011명에서 2024년 6월 12만8169명으로 25% 가까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환경이 시시각각 바뀌는 만큼 기업으로서도 포트폴리오의 조율이 필요하지만, 이전처럼 인원수를 줄이는 데 급급했다간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없다"면서 "삼성전자도 이러한 트렌드를 고려해 나름의 출구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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